女心을 유혹하라, 명동은 지금 화장품 전쟁 중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 2010.07.25 09:57

[머니위크]Money in Picture/명동 화장품 매장 현장 스케치

지난 14일 오후 찾아간 서울 명동.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내레이터 모델들이 끊임없이 화장품 샘플 몇개를 내보이며 말을 붙여온다. 때로는 일본어로 때로는 중국어로, 이들이 행인을 향해 내뱉는 언어만 몇개 국어에 달한다.

막상 돌아다녀 보니 이 정도로 많을 줄은 몰랐다. 배용준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세워진 화장품 매장을 지난지 몇발자국 되지도 않아, 이번에는 김현중과 산다라박이 서로 다른 매장의 홍보 모델로 나란히 서 있다. 한집 걸러 한집 마다 화장품 로드숍이 자리잡고 있다. 심지어 다섯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서로 같은 브랜드의 매장이 마주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신기한 것은 이토록 많은 화장품숍마다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는 것. 대부분 유리벽을 통해 내부의 모습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 놓은 매장 안에는 한 쪽에 쇼핑백을 가득 끼고 점원들에게 열심히 설명을 듣는 고객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그야말로 ‘화장품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명동의 요즘, 현장의 모습을 카메라와 함께 담아봤다.

◆관광객 필수 코스, ‘화장품의 메카’ 명동

현재 명동에 위치한 화장품 로드숍만 50여 곳 정도. 사실 명동이야 예전부터 뷰티 산업의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해 오던 곳이었다. 밀리오레 등 대형 패션아울렛은 물론 골목마다 액세서리, 구두, 의류 가게 등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었다. 그런 명동이 ‘화장품’을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년여 사이의 일이다.

김지숙 LG생활건강 더페이스샵 홍보팀 대리는 “지난해 이맘때만 하더라도 20개가 갓 넘던 매장 수가 1년 사이에 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서진경 네이처리퍼블릭 홍보팀 과장은 “특히 불황과 맞물리면서 의류나 신발 등에 비해 비교적 낮은 가격대로도 높은 미용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화장품으로 관심이 쏠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중국,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국 화장품은 가격대에 비해 제품이 좋다’는 이미지가 자리를 잡으면서 명동 상권 또한 함께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상권 내에 여러 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브랜드들이 적지 않다는 것. 이니스프리, 토니모리, 에뛰드, 네이처리퍼블릭 등은 명동 내에만 5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리따움, 미샤 등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3~4개 이상의 매장을 두고 길목마다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유혹한다.


최지선 엔프라니 메이크업 브랜드 매니저는 “여러 매장을 순회하며 쇼핑하는 관광객들의 특성상 매장이 모여있을수록 집객 효과가 높다”며 “특히 명동에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수요 또한 그만큼 많아졌으니까 가능한 것"이라고 말한다.

서진경 과장은 "관광객의 경우 한번에 구매하는 매출 단가가 높은 편이다. 여기에 고객 응대 시간 또한 더 여유있고 길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 매니저는 “그러나 한편으로는 임대료 등 투자 비용이 워낙 높은 곳이기 때문에 웬만한 수익으로는 버티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실제로 많은 매장들이 몇개씩 새롭게 생겨나는 동시에, 문을 닫고 자리를 교체하는 매장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하루가 다르게 명동의 화장품 지도가 바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 ‘튀어야 산다’ 마케팅전쟁 치열


최 매니저는 “외국인 관광객의 매출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명동 상권은 단순히 매출뿐 아니라 해외에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는 홍보 효과가 매우 크다”며 “플래그십 스토어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명동 상권에서 성공해야 브랜드 전체가 성공할 수 있다”고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만큼 명동 내에서 살아 남기 위한 생존 경쟁 또한 치열해 졌다는 얘기.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독특한 외관이나 인테리어로 승부하는 곳도 적지 않다. ‘마법’을 콘셉트로 내세운 엔프라니의 브랜드숍 ‘홀리카홀리카’가 대표적.

최 매니저는 “후발주자이고 신생 브랜드이기 때문에 고객들의 발길을 끌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콘셉트’를 중점에 두고 기획했다”며 “외관은 물론 내부 인테리어나 제품의 특성까지 마법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기발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한다.

그는 “실제로 브랜드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현장에서 독특한 인테리어 때문에 구경 왔다가 제품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올해 3월초 1호점을 오픈 한 데 이어 한달 만인 4월에 명동 2호점을 여는 등 성과가 크다”고 자평했다.


네이처 리퍼블릭은 지난해 명동 상권 내에서도 가장 땅값이 비싼 한가운데에 1~5층을 사용하는 대규모 ‘월드점’을 개장해 눈길을 끌었다. 매장 전체를 나무 느낌의 벽지로 감싸고 모델인 비의 얼굴을 내세워 외관부터 차별화를 강조했다.

서진경 홍보팀 과장은 “대부분 오픈 매장이 많은 명동에 매장 안이 전혀 보이지 않는 파격적인 외관에 우려를 나타내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오히려 명동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에 잘 띄는 자리에, 시선을 잡아 끄는 외관 때문에 관광객들이 더욱 쉽게 찾아오는 게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지난 15일 찾아간 네이처 리퍼블릭 월드점. 비교적 이른 오전 시간인데도 손님이 꽤 여럿 눈에 띈다. 1층과 2층을 둘러보며 만난 고객들은 모두 외국인. 월드점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김철 직영사업부 부문장은 “외국인 고객이 많다는 특성을 반영해, 이곳에서 일하는 점원들 모두 일본어나 중국어, 태국어 등을 유창하게 구사하는 이들을 고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인이나 중국인 관광객이 더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한국으로 유학 온 일본인, 혹은 중국인 학생을 아르바이트로 채용하기도 한다.

2층과 3층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소파가 따로 마련돼 있다. ‘미샤’ ‘더페이스샵’ 등 화장품 로드샵들의 로고가 새겨진 종이가방을 한 가득 옆에 내려놓고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는 고객들. 일본에서부터 챙겨 온 것으로 보이는 안내책자를 펼쳐 놓고 다음 코스를 고민 중인 듯한 이들도 있고, 혹은 여자 친구가 매장 안을 둘러보는 동안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남자 고객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배려해 편하게 쉴 수 있는 쉼터를 따로 마련해 놓은 것. 네이처리퍼블릭 외에도 에뛰드 하우스 등에서 외국인 전용 쇼핑 공간을 따로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김 부문장은 “아무래도 매장이 몰려 있다 보니 한군데서 이벤트를 실시하면 우루루 따라가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이벤트 하나를 하더라도 ‘남과 다르게’ ‘튀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경쟁 스트레스가 크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큰 것 같다는 것”이 김 부문장의 마무리. 그는 “실제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화장품 메카’로서 명동의 색깔이 분명하게 자리 잡히면서, 외국인 관광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명동 내 화장품 매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많은 매장들이 여전히 성황을 이루고 있다"며 "앞으로도 한동안은 이와 같은 기세가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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