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그린·축경식 조경, 일본식 설계 잔재

머니투데이 김종석 기자 | 2010.07.16 10:46

[골프탐구백서]<9>기형적 골프장…왜?

골프가 국내에 도입되고 일본인들에 의해 골프장 건설붐이 일었던 1930년대 무렵 대부분의 골프장 설계는 일본인들이 전담했다. 이후 상당기간 우리나라의 골프장 설계는 일본인들의 설계공법을 무의식적으로 답습하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인 일본식 설계가 바로 투 그린이다. 코스에 두 개의 그린이 있는 곳은 전 세계를 뒤져봐도 일본과 한국뿐이다. 골프의 발상지 스코틀랜드에서도 투 그린의 형태는 유래를 찾아볼 수 없다. 투 그린은 일본 민족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탄생한 기형적 설계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지형 특성상 태풍과 지진, 화산폭발이 잦은 곳이다. 이러한 땅에 골프장을 짓다보니 본래의 그린 옆에 예비 그린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정이었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초창기 우리나라 골프장들이 아무런 여과 없이 일본의 투 그린 설계를 그대로 따라한 것이다. 어떤 이들은 날씨나 병충해와 같은 변수에 대비한 예비그린 혹은 서머그린으로 잔디 상황에 대비한 안전책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국내 유명 코스 설계가인 권동영 오렌지엔지니어링 부사장은 투 그린에 대해 “승용차에 사고나 고장을 대비해 자동차 중장비를 몽땅 싣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는다.


조경에서도 역시 일본의 잔재를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오래된 골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린주변 축경식(縮景式 자연의 풍경을 그대로 축소해서 만든 조경방식) 조경 역시도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인데 이어령 박사의 저서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보면 ‘일본인은 무엇인가를 만든다는 뜻으로 사이쿠(細工)란 말을 쓴다’고 나온다.

한자의 뜻대로 보면 작고 가늘게(細) 만든다(工)는 뜻이다. 일본인의 의식 속에는 무엇을 만든다는 것은 곧, 무엇을 축소해 세공한다는 뜻인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거목을 축소한 분재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엔 미국이나 영국에서 코스 디자인을 공부한 젊은 설계가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의 골프장들도 인공적인 미를 벗어나 자연친화적인 설계로 점차 변해가고 있다. 또한, 리노베이션을 거쳐 투 그린을 원 그린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는 골프장들도 늘어가고 있다. 더 나아가 몇몇 골프장을 필두로 우리나라 고유의 특성을 살린 코스를 만들려는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 베어리버와 한맥CC를 꼽을 수 있는데 이들 골프장은 그늘집과 클럽하우스를 한옥의 설계 방식으로 만들었다. 물론 골프 자체가 서구에서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골프장의 현지화 노력이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한국에 골프가 도입된 지 90여년이 지난 시점에서 우리나라 특성에 맞게 골프를 재해석하려는 움직임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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