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어이없는 가정'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수입차 판매가 올 들어 매월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내수시장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현대차와 극명하게 대조되고 있다.
BMW 528 한 모델의 판매대수가 현대차 베르나와 클릭 등 소형차라인 판매대수를 합친 것보다 많을 정도다. 수입차와 직접 경쟁상대인 그랜저급 이상 고급 차종들의 판매 감소세도 심각하다.
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 동안 신규 등록된 BMW 528은 690대로 같은 기간 현대차 베르나(365대), 클릭(299대)의 출고대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다. 불과 수입차 한 차종이 내수시장의 '절대 강자' 현대차 소형차 라인의 전체 판매를 뛰어넘어 선 것.
수입차의 판매 증가세는 매섭다. 지난 6월 7629대를 판매해 역대 최고 월간 판매량을 세웠다. 상반기 판매대수는 4만1947대로 지난해보다 무려 44.5% 늘었다.
실제 수입차의 경쟁상대인 현대차 고급세단의 판매 감소는 눈에 띌 정도다. 그랜저는 지난달 최대 111만원까지 가격을 내렸지만 전달보다 21%, 전년보다는 83%나 판매가 급감했다.
제네시스 역시 지난 5월 이례적으로 100만원 할인혜택을 내걸었지만 상반기 판매는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았던 지난해보다도 오히려 16.6% 줄었다. 에쿠스는 수입차를 타기 어려운 사회지도층 수요 등에 힘입어 간신히 현상 유지하는 수준이다. 기아차 오피러스도 상반기 판매량이 3896대에 불과해 전년보다 42% 급감했다.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트렌드가 바뀐 만큼 내수시장 마케팅 전략을 다시 짜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산과 수입에 편견을 두지 않고 브랜드와 가격 경쟁력 등을 함께 따지며 합리성을 중요시 여기는 '소비의 국제화'가 확실히 진행되고 있다"며 "특히 현대·기아차는 세심하게 고객을 챙기지 못하는 후진적 마케팅 문화를 개선해 '생산회사'로서 뿐만 아니라 '마케팅회사'로서도 성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연말 그랜저 후속 등 신차가 나오면 내수 부진은 만회될 것"이라며 "수입차와 비교할 수 없는 애프터서비스망, 손색없는 성능과 사양이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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