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 머리 못깎은 총리실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 2010.07.05 17:55
국무총리실이 5일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한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총리실은 민간인 사찰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 등 관련 공무원 3명을 직위해제하고 이들을 포함해 총 4명을 직원 남용 등의 혐의로 수사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총리실은 △조사 대상이 민간인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조사와 자료 요구가 이뤄졌으며 △민간인임을 알아차린 뒤 수사당국에 수사의뢰를 한 것이 법률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놨다. 궁금한 것은 수사의 '윗선'이 있었는지,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수사가 시작됐는지 였지만 이 같은 의혹 해소에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와 관련, 총리실이 의혹을 밝힐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조사 기간이 단 3일에 불과했고 이인규 지원관과 같은 직급의 동료를 조사팀장으로 임명해 '추궁'이 제대로 이뤄질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결국 의혹을 받고 있는 공무원 4명을 순차적으로 불러 해명을 듣는 선에서 조사는 일단락됐다. 정치권에서 연루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박영준 국무차장이나 민간인 내사가 진행 중이던 2008년 10월 사무차장에 임명된 권태신 총리실장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해당 공무원들의 진술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시도조차 없었던 것이다.


조사 결과를 발표한 조원동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은 이 지원관을 두둔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조 차장은 사찰 대상자가 민간인이라는 것을 알고도 사찰을 계속한 것은 불법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지적에 대해 "제보를 받은 뒤 민간인이냐 아니냐를 확인하는 매뉴얼을 분명하게 만들고 정확하게 집행하는 체제를 갖추느냐가 앞으로 개선방향을 논의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며 '제도 미비'로 책임을 돌려 빈축을 샀다.

총리실은 사건을 검찰로 넘겼지만 총리실 자체 조사가 의혹 당사자들끼리 입을 맞추고 증거를 인멸할 시간만 벌어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민간인 사찰'에 '윗선'이 개입했다는 원초적인 '의혹'을 넘어 이 같은 의혹에 대한 조사 자체가 '윗선'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또다른 '의혹'만 낳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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