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위기는 미국인에게 '경제적 9·11테러'

머니투데이 뉴욕=강호병특파원  | 2010.07.06 08:00

[강호병의 뉴욕리포트]위기에 데인 미국인, 주식버리고 국채찾아

최근 미국 증권뉴스매체인 마켓워치가 "이제 신흥시장에 투자할때"라는 특집기사를 게재한 적이 있다. 아시아 시장이 성장활력이 좋고 주가 전망 또한 밝으니 미국인이 안방시장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갈 때가 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조언은 미국인에게 여전히 쇠귀에 경 읽기다. 2008년 모기지발 금융동란 후 미국 투자자들의 위험에 대한 입맛이 싹 가셨다. 한마디로 새가슴이 된 채 복지부동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위기 전 2007년에는 다섯달을 제외하고 한달 1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해외주식펀드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나 2008년 위기후 올 6월까지 미국 해외주식펀드로의 자금 순유입이 100억달러를 넘었던 때는 올 1월 한달밖에 없다. 80억달러를 넘었던 때도 석달에 불과하다.

미국 국내 주식형펀드에 대한 자금유입 추세도 해외주식형 펀드와 다르지 않다. 올 4월 시장좋을때 미국 국내 주식펀드로 순유입된 자금은 132억달러로 2007년 1~2월의 절반에 그친다.

이에 비해 채권펀드로 들어온 자금은 위기전에 비해 2배로 늘었다. 2007년중 한달 대략 150~200억달러씩 채권펀드로 들어가던 자금이 위기후엔 300~400억달러로 늘었다.

특파원으로 뉴욕 증시를 매일 모니터링하다 보니 2008년 금융위기가 미국인에게 '경제적 911 테러' 역할을 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2001년 911테러는 미국 본토, 그 중에서도 세계경제의 심장부인 뉴욕, 또 그 중에서도 맨해튼 남단 금융중심지의 상징인 쌍둥이 빌딩이 공격을 받았다는 점에서 미국인에게 준 충격은 엄청났다.

이는 미국인의 테러에 대한 민감도를 극단으로 높이면서 미국의 대외 안보와 대내 보안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주요 시설물 경비가 대폭 강화됐고 단순 폭발사고만 나도 테러가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것이 당연시됐다. 조금이라도 수상한 차량이 발견되면 난리가 난다. 맨해튼에서 테러 가능성이 의심돼 현장주변이 폐쇄되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됐을 정도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인들의 투자행동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위험에 대한 민감도가 대단히 높아져 조금이라도 꺼림칙한 것이 보이면 투자를 기피한다. 반대로 경제가 좋아진다는 뉴스는 격하된다.

2009년 하반기 이후 1년째 경기가 상승곡선을 그려왔지만 더블 딥(이중 침체)에 빠지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각인이 워낙 컸다보니 희소한 일도 자주 생길 것 같은 느낌을 받는 모양이다.

2008년 금융위기는 모기지 거품이 터지며 세계금융 중심지 월가가 한꺼번에 녹아내린 1930년대 대공황이후 최대 경제이변이다. 그것은 주식으로 노후자금을 마련하던 미국인들의 재산을 한꺼번에 파괴시켜 버렸다. 위기전 최고 1만4000까지 갔던 다우지수는 2009년3월9일 최저 6547로 반토막났다.

뮤추얼펀드로 들어오는 자금이 고갈되며 시장기반도 약해졌다. 피델리티, 푸트남 등 전통적 펀드강자들이 힘을 잃고 그때 그때 기회포착에 능한 헤지펀드가 활개를 치고 있다. 유로존이 재정난에 허덕이며 유로화가 약세로 갈때 헤지펀드들은 유로를 차입, 달러로 거래되는 금이나 미국채에 투자하는 캐리트레이드를 활발히 구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주식은 제값을 못받고, 금이나 미국 국채는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S&P500지수 주가수익배율(PER)은 13정도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직후 시기를 제외하고 가장 낮다고 한다. 금값은 최근 좀 떨어졌지만 사상최고치 보다 약간 낮은 1206달러를 기록중이다. 미국 국채도 없어서 못살 지경이다.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고 있고 인플레 우려가 없는데도 금이 품귀상태를 연출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비정상적이다. 금값과 미국채값이 떨어지기 전에는 주식이 대접받기 힘들다는 얘기다.

911테러가 준 충격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 것처럼 2008년 위기가 준 공포도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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