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의혹해소 역부족…'공'은 검찰에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 2010.07.05 14:31
국무총리실이 5일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 등 현직 공무원 4명을 직원남용과 강요,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총리실의 조사가 이 지원관 등 4명의 일방적인 진술을 받는 선에서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관련 의혹을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다. 앞으로 '윗선'의 존재 여부 등 진실 규명을 위해서는 사찰 피해자와 보고라인에 대한 조사를 포함해 폭넓은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의 제보로 수사 시작? = 이인규 지원관 등은 총리실 조사에서 두 차례에 걸친 익명의 제보를 받고 조사에 착수했다고 진술했다.

공공기관 종사자인 김종익씨의 개인 블로그에 VIP(이명박 대통령)를 비방하는 동영상이 게재했으며 김씨는 국민은행 근무자라는 것이 당시 제보된 내용이다.

이후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국민은행 노무팀장을 만나 블로그 운영자에 대한 신원 확인을 요청했고 국민은행 부행장의 요청으로 국민은행을 방문해 동영상 내용을 설명했다는 것.

그러나 김씨의 주장은 다르다. 김씨는 MBC PD수첩과 한 인터뷰에서 원충연 윤리지원관실 행정사무관이 국민은행 노무팀장에게 "내사를 계속하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동영상 때문에 내사를 시작한 게 아니고 이전부터 내사를 벌이고 있다가 동영상을 빌미로 본격적으로 드러내놓고 사찰을 시작했다는 것.

이와 관련해 총리실 측은 "이번 조사는 공직윤리지원관실 측 관계자만의 진술을 토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이 지원관 등의) 진술의 진위를 따지는 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 민간인인지 몰랐다? = 또다른 의혹은 이 지원관 등이 내사 착수 시점에 김씨가 민간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이다.

이 지원관 등은 국민은행을 국책은행으로, 김씨를 국민은행 자회사 대표로 판단하고 내사를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국민은행은 1963년 서민금융 전담 국책은행으로 발족했지만 1994년 기업 공개가 이뤄졌고 1995년 2월에는 완전 민영화됐다. 이 지원관의 진술대로라면 민영화 이후 13년이 지났는데도 국민은행을 국책은행으로 파악하고 있었다는 셈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민간인임을 알고 조사를 했으면 불법"이라며 "적어도 민간인인지 아닌지를 처음부터 확인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윗선' 없었나 = 이 지원관은 총리실 조사에서 김씨에 대한 내사 당시 조중표 총리실장과 권태신 사무차장(현 총리실장)에게 구두로 보고했다고 기억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정식 보고체계를 거치지 않고 이른바 '윗선'과의 교감을 통해 민간인 사찰을 진행했다는 의혹을 반박하는 주장이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직제상 총리실장의 지휘를 받게 돼 있다.

그러나 민주당 등 일부 정치권에서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사실상 청와대의 비선(秘線) 역할을 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중표 당시 총리실장과 권태신 사무차장 역시 내사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다며 이 지원관과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총리실 차원에서는 '윗선' 규명에 필수적인 이 지원관과 포항·영일 출신 고위공무원의 공무원의 친목 단체인 '영포목우회' 주요 인사들의 관계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 정치적 의도는? = 가장 큰 관심은 김씨에 대한 내사가 어떤 의도로 이뤄졌는가다. 일부에서는 이광재 강원도지사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가 이뤄지던 시점에 이 지사와 동향인 김씨에 대해 내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내사에 정치적 의도가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실제로 김씨가 일본에 도피했을 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불려가 조사를 받은 김씨의 회사 직원은 이광재 지사와 김씨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촛불집회 자금 지원 여부, 노사모 참여 여부 등에 대해서도 추궁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인규 지원관 등은 이 사건을 이명박 대통령의 명예훼손 사건으로 보고 내사를 시작했을 뿐이라며 정치적 의도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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