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스마트폰 열공中

머니투데이 산업부 기자 | 2010.07.06 08:00

스마트폰 '스트레스' 톡톡...정의선부회장, 이재용 부사장과 친분탓 고민

"스마트폰까지 나눠주고는 왜 매일 회사로 들어오라고 하는 건지.."

A기업에 다니는 김 모 차장은 이날도 회의차 회사로 들어가면서 투덜거린다. 얼마 전 회사가 직원들에게 스마트폰을 나눠 줘 회의라도 줄어들까 기대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 외근 나갔다가 부랴부랴 회사로 들어가는 길, 손에 쥔 스마트폰이 한심해 보이기까지 한다.

스마트폰 보급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다양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앞서가는 임원들의 필수품으로 인식되는가 하면 IT 기기에 둔감했던 임원들 사이에 상당한 '스트레스'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트렌드에 뒤지지 않기 위해 보급은 했지만 활용도가 크게 떨어지는 기업들도 있다. 쏟아지는 스마트폰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가 새로운 숙제가 되기도 한다.

사진은 KT의 스마트폰 아카데미.
5일 재계에 따르면 대규모 장치산업인 탓에 보수적인 경향을 보여 온 유화업계에도 스마트폰 열풍이 상륙했다. 롯데그룹 계열의 호남석유화학은 최근 팀장급 이상 임직원들 대상으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인 '갤럭시S'를 지급하고 있다. SK에너지SKC, SK케미칼 등의 유화관계사를 거느린 SK그룹도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모바일 오피스 구축에 맞춰 갤럭시S 지급을 확정했다.

삼성그룹 화학계열사 중엔 삼성토탈이 임원대상으로 스마트폰(갤럭시S)을 일괄 지급한다. 올해 초부터 임원들이 삼성전자 '옴니아' 등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삼성정밀화학은 교체를 원하는 경우 갤럭시S로 지급한다.

스마트폰 보급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기업 임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B기업의 한 임원은 요즘 휴대폰을 두개 갖고 다닌다. 하나는 스마트폰, 다른 하나는 일반폰이다. 메일 체크 등 업무상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을 쓰고는 있지만 전화 통화 등 평상시에는 일반폰이 개인적으로는 훨씬 편하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회의 시간 등 남들 보는 눈에 있을 때는 일반폰이 아닌 스마트폰을 꺼내 놓는다.

시공간을 가리지 않고 오는 이메일 체크도 적잖은 스트레스다. 이메일 확인을 제 때 안했다가는 언제 최고경영자(CEO)의 불호령이 떨어질지 모른다.

일찌감치 스마트폰이 지급된 기업의 임원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삼성의 한 임원은 "이제는 생활이 됐다. 차타고 이동할 때나 잠깐잠깐 쉬는 시간에 스마트 폰을 통해 상황체크하고, 결재하고 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일도 적잖은 고민거리다. 휴대폰 업체들의 스마트폰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이다. 기업 간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고 직원들의 선호도도 무시할 수 없다.


이달 내에 임원들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할 예정인 현대·기아차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와 애플의 아이폰4G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의 끈끈한 우정을 생각하면 갤럭시S가 ‘당연한 선택’이다. 특히 이재용 부사장이 업무용 차량으로 에쿠스를 줄곧 애용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2살 터울인 이 부사장(68년생)과 정 부회장(70년생)은 사석에서 호형호제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미 글로벌 4위 자동차업체로 성장한 현대차그룹이 국내만 생각하기는 어렵다. 해외법인과의 원활한 소통이나 업무 효율성을 생각하면 이미 해외법인 임직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아이폰 사용하고 있어 고민거리다. 따라서 현대차와 기아차 한 곳은 갤럭시S, 나머지 한 곳은 아이폰4G로 나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임직원에게 지급할 계획이지만 범위와 대상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을 너무 빨리 지급했다가 본의 아니게 효율성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CJ제일제당은 스마트폰 광풍이 불기 전인 지난해 3월 사업부장급 이상 임원들에게 스마트폰을 무료 지급했다. 문제는 제조업체 최초라 너무 앞서간 나머지 기종이 스마트폰 초기 모델이었다는 점이다.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S나 아이폰4 등으로 무료지급을 확대할 계획은 현재 없다.

한편, 스마트폰 열풍에도 꿋꿋이 자기 길을 가는 경우도 있다. 조선업계가 대표적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 업체가 스마트폰 지급 계획도 없고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STX도 한때 스마트폰 지급 얘기가 돌았지만 구체화된 것 없이 조용히 사라졌다.

한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현장직은 현장직들 대로 스마트폰 활용도가 떨어지고 사무직도 3분의 2가 설계직"이라며 "영업 등 외부 활동이 거의 없는데다 스마트폰으로 설계업무상 정보를 얻을 수도 없어 내부적으로 스마트폰에 대한 요구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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