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부결, MB 레임덕 신호탄 되나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10.06.29 16:36

[세종시 수정안 부결 파장은]친이계 분열 조짐, 청와대와 여당 갈등 증폭

-대통령의 탈당마저 거론되기 시작
-"당을 독립시키자"…다음달 전당대회가 분수령될 듯

여권에서 벌써부터 '레임덕'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여 온 세종시 수정안이 29일 국회에서 폐기 수순을 밟으며 레임덕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심지어 여당인 한나라당 안에서 이 대통령의 탈당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여당의 완패로 끝난 6·2지방선거 이후 레임덕 우려는 여권 내부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쇄신세력은 세대교체, 인적청산을 내세우며 청와대 참모진을 향해 칼날을 겨눴다. "대통령을 잘못 보좌한 참모들에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친이(친이명박)계에서조차 강력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을 향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에둘렀을 뿐 비판의 종착지는 결국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종시 패배'…책임론 논란=친이계는 첨예한 대결 끝에 '세종시 대전'에서 친박(친박근혜)계와 야당에 압도당했다.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수정안 관철에 나선 친이 쪽은 '원안+알파(@)'를 끝까지 고수한 친박계에게 밀렸다.

청와대와 친이계는 세종시 패배 이후 정국운영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친이-친박 갈등은 더욱 깊어졌고 '민심'을 등에 업은 민주당은 한결 여유로워졌다.

이런 가운데 친이 내부에서 '책임론'이 수면 위로 솟아오르고 있다. 국정 주도권이 심각하게 훼손된 가운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나'라는 논란이 진행 중이다.

지방선거 완패, 세종시 패배 이후 여당 의원들은 '생존'이란 두 글자를 되뇌게 됐다. 흐름상 2012년 총선에서 재집권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기 때문. "이대로 가면 모두가 공멸"이란 말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중립 성향의 한 한나라당 의원은 익명을 전제로 "결국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잘라 말했다. "국정지지율 50%라는 허수에 사로잡혀 충청권, 야당은 물론 친박계에서도 반대하는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인 것은 오만과 오기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에서 스스로 발목을 잡는 '자충수'를 뒀고 여당, 특히 친이계는 이렇다 할 비판 없이 '대통령 수호'에 나서는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이다.

◇레임덕 본격화하나=세종시 수정안의 본회의 상정에 서명한 친이계는 66명이었다. 당초 서명자 수를 100명으로 잡았으나 수도권 초선 친이계 등이 대거 불참하며 목표를 크게 밑돌았다. 왕이 결전을 위해 명령을 내렸으나 상당수 성주들이 문을 닫은 채 출병하지 않은 셈이다. 친이계 일각에서는 '묵과할 수 없는 항명사태'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심지어 이 대통령의 '공신'으로 여겨지는 친이직계 의원들 중에도 중립 표명이 나타나고 있다.

'이탈 조짐'은 갈수록 두드러질 전망이다. 수도권 초선 의원들의 경우 이번 지방선거의 패배에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 야당발 '싹쓸이 현상'이 쉽게 잦아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이제 당이 청와대로부터 진정으로 독립해야 살 길이 열린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단순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 청와대와 정부의 실질적인 파트너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 이날 세종시 수정안의 공식 폐기는 사실상 '청와대 부속기관'에 불과했던 여당의 한계를 보여주는 상징이라는 비판이다.(수도권 한 초선의원)

일각에서는 여당이 홀로서기를 추진하며 청와대와 본격적인 갈등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음달 14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 구성될 지도부는 어떤 형태로건 '당의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집권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의 갈등과 대통령의 탈당 사태가 재연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3선의 권영세 의원은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의 탈당이 당 화합을 도울 수 있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분당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제시했지만 대통령의 탈당이 '있을 수 있는 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친이계 분열, 청와대와 여당의 갈등 심화, '생존권'을 둘러싼 치열한 눈치보기, 친이-친박간 세력균형 와해 등이 겹쳐질 경우 레임덕 현상이 훨씬 빨리 진행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다음 달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어떤 지도부를 구성하고 향후 당청 관계 재설정, 청와대 및 내각 개편. 정책 우선순위 재조정 등을 어떻게 추진하느냐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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