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일본의 태국 공략법이 주는 교훈

머니투데이 촌부리(태국)=오동희 기자 | 2010.06.29 18:00
일본이 태국을 점령하고 있다. 인구 6500만명에 한반도 2.5배 크기의 태국 중심 도시인 방콕 시내를 다니는 대부분의 차는 일제다. 택시도 토요타의 휘장을 달고 있을 정도로 일본차는 태국의 국민차로 자리 잡고 있다.

일본차가 싸서가 아니다. 우리의 현대·기아차와 가격대는 비슷하다. 현지에는 토요타 자동차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의 생산 공장이 들어와 있다. 일본이 태국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2차 대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태국은 일본이 동남아를 유린할 때도 일본군의 진군 길만 열어주고 자국에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 오랜 우의를 다져왔다.

뿐만 아니다. 태국 내 고속도로의 상당수는 일본 정부가 건설해줬다. 10Km에 한번씩 나타나는 톨게이트에서 거둬들이는 장기간의 통행료 수입과 함께 이 고속도로를 일본차들이 점령할 수 있도록 일본 제품에 대한 상대적 수혜조건을 내건 후에 고속도로가 만들어졌다.

아시아지역에서 가장 먼저 IMF를 겪은 태국은 아시아지역의 그 어느 나라보다 IMF 극복도 빨랐다. 1년여 만에 IMF 구제금융을 극복할 수 있었던 데는 환율급락에 따른 관광산업의 회복과 함께 일본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본은 대규모 차관을 주면서 태국으로 수입되는 차에 대해 높은 관세를 물리도록 태국정부에 요구했다고 한다. 30%에 달하는 관세로 인해 이미 태국 내에 생산기지를 구축한 일본 기업들과는 달리 해외에서 태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의 가격은 비싸질 수밖에 없어 일본차가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 반제품을 들여와 태국에서 조립하는 현대·기아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본은 이 같은 정부차원의 시장개척을 통해 2차 대전 당시 태국을 군사적으로 점령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경제적으로 태국을 점령한 모양세다.


그동안 중국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뒀던 일본 기업들이 최근에는 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고 한다. 중국 내 인건비 상승 등의 영향이다. 태국은 정부가 매년 최저임금을 2%씩 밖에 올리지 않아 안정적인 인금구조를 가진 나라다. 또 태국 정부는 외자에 대해 6년간 투자금 한도 내에서 30%에 이르는 법인세를 감면해 주고 있다. 전력 사정이나 용수 사정도 나은 편이라 우리의 삼성이나 LG 등 글로벌 기업들도 태국 내에 현지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에 기반을 둔 일본 기업들의 태국 진출로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일본 기업들은 법으로 보장된 최저임금의 범위를 벗어나 제도권 밖의 여러 가지 편법을 동원해 실질 임금을 올리면서 우수인재를 빼가고 있다고 한다.

현재 태국 내 최저임금 기준 일당이 184바트(약 7360원, 30일 기준 22만원)가량인데, 일본 기업들은 갖은 명목을 붙여 여기에 30~40바트를 더 얹어주는 방법으로 생산인력 빼내기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일본 기업들이 태국 노동시장을 공략하는 방법이다. 태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도 그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일본이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아 태국을 시장을 공략하는 것처럼 중국을 대신하는 새로운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 잡고 있는 태국과 베트남 지역에 대한 정부차원의 관심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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