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몇시에 주문해야 치킨, 피자 먹을 수 있나"

머니투데이 김정태 김희정 기자 | 2010.06.23 15:06

16강 진출에 웃는 식품업계, 치킨·음료·스낵 등 수요 급증

"대체 몇 시에 주문해야 경기 시작 휘슬과 동시에 치킨을 뜯을 수 있는 거죠?"

직장인 A씨는 지난 12일 그리스전 때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에 후라이드 치킨을 주문했지만 2시간 40분 후에야 치킨을 받았다. 비에 잔뜩 젖은 배달 직원이 안쓰러워 클레임을 걸진 않았지만 우루과이전이 열리는 오는 26일엔 대체 몇시에 주문해야할지 모르겠다. 치킨집 사장조차 "묻지 말아달라"며 곤혹스러워 했다.

서울 영등포 대림동에 위치한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통상 11~12시 사이면 묻을 닫는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와의 경기가 열린 23일 새벽만큼은 매장 내 TV모니터를 야외로 빼놓고 손님을 받았다. 인근 주민 강 모씨는 "경기가 새벽 3시 반이라 경기 시작 전 잠들 것을 우려한 주민들이 아예 치킨집에서 밤을 샜다"고 말했다.

월드컵 국가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면서 동네 치킨집이 북새통이다. 응원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먹거리. 시원한 생수, 스포츠 음료는 기본이고 치킨에 피자, 삼각 김밥, 스낵 등이 인기를 누리면서 식품업계가 두 번 웃고 있다.

BBQ, 둘둘치킨 등 동네 치킨가맹점은 우리 축구팀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배달이 밀려 몸이 10개라도 모자라다. 경기 당일엔 배달하겠다는 아르바이트생도 없고, 있다고 해도 닭이 모자란다.

올 초 이상기온으로 양계농가의 닭 생산량이 줄면서 생닭 시세는 두당 2400원으로 올랐다. 동우 관계자는 "내일은 2500원, 내일 모레는 2600원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생닭 시세가 오르면서 동우, 마니커, 하림 등 육계업체들도 치킨 프랜차이즈 및 대형마트에서 몰려오는 주문량을 다 소화하지 못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루 생산케파가 20만 마리(10시간 가동을 기준)인 마니커의 동두천 공장은 6월 들어 1일 주문량이 30만 마리에 육박하고 있다. 마니커 최용삼 팀장은 "6월 되면서 주문량이 50%이상 급증했지만 키워낼 수 있는 닭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매일 주문량을 못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하림 관계자도 "5월 대비 주문량이 전체적으로 10% 이상 늘었다"며 "프랜차이즈업체로부터의 납품 주문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동우도 6월 들어 주문량이 전년 동기대비 40% 가량 늘었다. 동우 기획관리팀의 서승복 대리는 "연중 수요증가분을 10~15%정도로 예상했는데 주문량이 예상치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자업체들 역시 매출 급증에 즐거운 비명을 올렸다. 도미노피자는 그리스전이 열린 지난 17일 비까지 내려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30%늘었다. 배달 속성 상 궂은 날씨에 매출이 더 급증하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전에선 이보다 다소 못 미쳤지만 전년 동기대비 2.5배 늘었다. 미스터피자는 아르헨티나와 그리스전에서 각각 70%, 54%증가했다. 나이지리아 전은 새벽에 열린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17%늘었다.

도미노피자는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우루과이전이 열리는 오는 26일에 12시까지 연장 영업을 하기로 했다. 도미노피자 관계자는 "경기가 열리는 당일에는 주문 폭주가 예상된다"며 "전일 예약주문으로 하면 미리 배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더운 날씨와 월드컵 응원 열기가 겹치면서 스포츠음료도 본격적인 호황을 맞았다. 롯데칠성음료는 '게토레이'와 'G2' 등 스포츠음료 카테고리제품 매출이 6월 들어 전년 동기대비 20% 늘었다.

동아오츠카의 간판 이온음료 '포카리스웨트'도 6월 들어 매출이 약 10% 늘었다. 동아오츠카 관계자는 "포카리스웨트는 단일 제품으로 매출이 1000억원이 넘어 두 자릿수 성장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달 들어 22일까지 매출이 70억원 늘어난 셈"이라고 밝혔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내 슈퍼인 아셈마트에서는 지난 그리스전에 당시 포카리스웨트 1년치 판매량이 하루만에 팔리기도 했다.

스포츠 음료나 캔맥주 등 '마실' 거리의 수요가 늘면서 곁들여 씹기 좋은 스낵제품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오리온은 6월 들어 스낵류 매출이 20% 가량 늘었다. '오감자'는 48%, '눈을 감자'는 30% 늘었고 스윙칩도 25% 매출이 증가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스윙칩은 주문을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수요가 급증해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며 "스낵의 성수기는 7~8월인데 월드컵 덕택에 성수기가 한달 먼저 시작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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