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 시대'…투자기준이 바뀐다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 2010.06.24 08:07

[IFRS, 투자 포인트①]1분기 실적으로 본 IFRS

편집자주 | 증시 투자자라면 국제회계기준(IFRS)이라는 회계용어를 한 번 쯤을 접해봤을 것입니다. 내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은 IFRS를 적용한 실적보고서를 의무적으로 내야 합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굵직한 기업들은 IFRS를 적용한 올해 1분기 실적을 이미 공개했습니다. 그럼에도 대다수 투자자에게 IFRS는 여전히 생소하기만 합니다. 회계기준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부를 수 있는 IFRS적용에 따른 변화 포인트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IFRS 도입에 따라 예상되는 변화와 투자 포인트를 투자자의 '눈높이'에서 제공하는 시리즈를 게재합니다.

투자자 A씨는 삼성전자의 1분기 분기보고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각각 643%, 586%나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적용 덕이 컸다. IFRS는 해외나 비상장 자회사 등의 실적까지 모기업의 재무제표에 반영하기 때문에 우량 자회사를 많이 거느린 회사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수 밖에 없다.

◇연결대상 지각변동=지난달 말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기업들은 IFRS를 적용한 1분기 보고서를 내놨다. 우선 실적에 반영되는 연결대상에 변화가 생겼다.

삼성전자의 연결대상 종속회사수는 119개. 삼성카드는 이번부터 연결대상에서 빠졌다. IFRS 기준으로는 주식을 30% 넘게 가지면서 최대주주가 아니면 실질지배력이 없다고 봐서 연결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자산총액이 100억원에 미달해 연결재무제표 대상이 아니었지만 IFRS 적용으로 포함된 곳도 있다. 삼성전자축구단 등 16곳이 해당됐다.

지주사인 ㈜LG는 연결종속회사가 161개에서 28개사로 줄었다.

김동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IFRS 기준에서는 우량 자회사 연결가치가 부각되고, 글로벌 플레이어도 긍정적"이라며 "중소기업은 소규모 자회사에 대한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내부통제를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IFRS 도입으로 기업들이 부실 자회사를 매각하거나 우량 자회사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철범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해외진출 시 빚을 많을 지거나 자회사가 부실한 곳은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손익 영업이익 반영 여부 따져봐야=전문가들은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항목이 다른 곳과 달랐다는 점에 주목했다. 삼성전자는 외환관련 손익을 영업외 부분으로 처리했지만 삼성의 다른 계열사나 LG전자 등 LG 계열사 등 그 외 기업은 외환관련 손익이 영업이익에 반영됐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외환관련 손익을 '자금조달' 측면에서 계산했지만 다른 기업들은 영업활동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본 것"이라며 "환율이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어 외환수지의 영업이익 포함 여부가 실적에 좋다·나쁘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LG전자에는 외환관련 손익을 영업이익에 반영한 것이 오히려 악재가 됐다. 지난달 말 10만4000원이던 주가는 이달들어 10% 가량 떨어졌다.

TV·휴대전화 부진 외에도 원/달러 환율상승으로 2분기 대규모 외화환산손실이 날 것이란 전망이 주가를 끌어내렸다.


강윤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IFRS를 적용해 외화관련손익이 영업이익에 포함되면서 향후에도 환율에 따른 영업이익 변동이 클 것”이라며 “1분기 기준 외화차입금이 약 1조7000억원인데 2분기 중 외화관련 손실을 2000억원으로 추정하면 글로벌 영업이익은 기존 전망 대비 1084억원 감소한다”고 말했다.

◇R&D도 '자산'=삼성전자, LG전자 등의 1분기 보고서에서 R&D(연구개발)지출은 더 이상 '비용'이 아니다.

개발활동 지출이 성공을 앞두고 있거나 미래의 수익 창출 방법을 제시하면 R&D지출은 '무형자산'으로 인식된다. R&D자원이 우수한 회사에 유리하다는 얘기다.

퇴직금 채무 측정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총 추계액(퇴직자를 일시에 퇴직한다고 간주할 때 퇴직금 합)을 퇴직급여충당부채로 설정했지만 IFRS에서는 근무연한에 따른 임금인상 및 퇴직률을 반영하는 '보험수리적 방법'을 적용했다.

◇"원칙 중심"…기업별 주석 챙겨봐야=IFRS는 기업별 융통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기존 규정(Rule) 중심과 다르다. 재무제표 작성방식이 '기업 입맛대로'라며 투자자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예를 들어 영업권 상각처리는 영업비용 혹은 영업외비용으로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원칙중심 회계가 기업책임을 더 강화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갑재 삼일회계법인 전무는 "수치가 나온 배경, 경영진 판단 근거 등을 기재하기 때문에 원칙을 자주 바꾸거나 그 근거를 투자자들에게 이해시키지 못하면 오히려 시장의 불신이 커져 기업에게 화살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연결공시, 공정가치 평가 등으로 글로벌 비교가능성이 커지면 기업 신뢰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일단 1분기 IFRS 적용 기업들만 보면 적용하지 않았을 때 보다 실적 향상 폭이 컸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금융위기를 겪으며 경쟁력이 강화돼 실적이 좋아진 대기업들이다. 중소업체들 중에는 IFRS 적용 후 재무구조가 악화되거나 가치 변화 폭이 커 시장에 '쇼크'를 줄 곳도 나올 수 있다.

이 전무는 "IFRS는 제도보다 적용·운영이 더 중요하다"며 "투자자들은 기업 핵심이슈가 재무제표에 어떻게 설명되는지 숫자 이면을 꼼꼼히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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