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흥행 뒤에 야구는 '굴욕?'

머니투데이 배준희 기자 | 2010.06.22 09:53
국민들의 시선이 한국 축구 대표팀의 16강 진출 여부에 쏠려있는 사이 야구는 자존심을 구기는 '굴욕'을 당하고 있다.

남아공 월드컵 B조 한국과 아르헨티나전이 열린 지난 17일 사직구장에서는 롯데와 삼성이 혈전을 벌이고 있었다. 열정적인 야구 응원으로 유명한 '부산 갈매기'들의 고향 사직구장이었건만 이날만큼은 관중석에 빨간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과 부부젤라 특유의 '부우우'하는 소음으로 가득찼다.

야구 관람이 주목적이 아니라 뒤이어 열리는 한국과 아르헨티나 전 전광판 중계를 보러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날 롯데와 삼성의 경기가 연장 12회까지 이어지며 한국전 경기 시작시간인 오후 8시30분을 훌쩍 넘기자 관중석 여기저기서 '축구 보러왔지 야구 보러 왔냐'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이때부터 일부 관중들은 DMB 등 각종 전자기기를 이용해 월드컵 경기를 보기도 했다. 한국전 전반전이 끝날 무렵 오후 9시15분쯤 야구 경기가 종료됐지만 부산 시민들은 "월드컵 경기도 제대로 못보고 홈팀 롯데도 삼성과 비겼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프로야구 경기는 서울 목동, 잠실, 부산 사직, 대전 등 전국 4개 구장에서 열렸으며 총 17000여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목동구장은 불과 1000여명에 그치는 등 관중수가 올 시즌 최소를 기록했다.

월드컵 한국 경기 시간을 피해 평소보다 두 시간이나 빨리 경기가 시작됐지만 월드컵 기간 한국 축구에 쏠린 관중들의 마음을 야구로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23일 오전 3시30분 한국과 나이지리아전을 포함해 16강에 올랐을 경우의 나머지 한국경기시간은 모두 프로야구 경기시간과 겹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야구협회(KBO)는 월드컵에서 한국의 선전을 기원하면서도 경기결과가 내심 프로야구 흥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한국이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면 프로야구 관중 수 감소가 불가피한만큼 이래저래 한국야구는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는 복잡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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