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수사 닮아가는 한명숙 수사

머니투데이 서울=뉴시스  | 2010.06.22 08:58

피의사실공표·먼지털이식 수사 등 답습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과거의 수사행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검찰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한 전 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기동)는 검찰 수뇌부의 신중론까지 돌파하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내외부에서 "지난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수사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선 수사팀의 바람막이가 되어야 할 검찰 수뇌부도 수사팀을 만류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검찰 최고위층은 최근 남은 지방 보궐선거와 지난 1차 수사 패배 등을 근거로 수사팀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지만, 수사팀은 그동안 충분히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에 검찰 인사 이전에 수사를 종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수사를 강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만류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피의사실 공표'에 민감해진 부분에서 기인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검찰 내부에서도 연이어 한 전 총리의 핵심 수사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려한 대검 모 관계자는 "'새로운 수사 패러다임', '수사공보 준칙' 등이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시행중인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피의사실 공표 의혹이 나와 곤혹스럽다"며 "검찰 내부에서도 수사팀이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 밖의 기류는 더 날이 서있다. 우선 한 전 총리 측의 반발이 가장 거세다. 한 전 총리의 모 측근은 "노 전 대통령 수사로 불거진 검찰 개혁 요구로 여러 제도가 마련됐지만, 이번 수사(한 전 총리 1, 2차 수사)를 통해 검찰의 변화는 공허한 말 뿐이었음이 자명해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 수사 당시 '500만불 의혹', '논두렁 시계 의혹' 등 수사의 결정적 전환점 혹은 피수사자의 인권을 유린하는 검찰의 만행이 있었다"며 "비록 1심에서 무죄로 밝혀졌지만 검찰의 '대한통운 비자금 유입설', '한 전 총리 아들 유학비 의혹'도 이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야권의 모 인사도 "검찰이 특정 언론에 의도적으로 수사내용을 알리면 특정 언론은 출처를 '물타기'해 보도하고, 여론이 형성되면 검찰이 수사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말로만 외치는 검찰 개혁이 얼마나 공허한지 현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수사에서 그들(검찰)이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도 이번 수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않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피의사실 공표' 행위로 의심될만한 정황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사 단계의 한 전 총리 수사내용이 언론을 통해 처음 제기된 뒤 '대한통운 곽영욱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골프채를 줬다'는 보도가 이어졌으며, 검찰에 불리한 증언을 한 총리실 경호원 소환 조사 당시에도 조사 내용이 거의 '실시간'으로 언론에 알려진 바 있다.


모 로펌 소속의 변호사는 "검찰의 통상 보안 수준을 고려할 때 수사상 중요한 시기에 유독 피의사실이 공표되고 있는 점은 의문"이라며 "우연이라 치부하기엔 일정한 패턴이 있어 더욱 검찰의 수사에 불신을 감추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노 전 대통령 수사 당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았다는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내용이 검찰에서 흘러나왔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속칭 '빨대(내부 취재원을 뜻하는 언론계 은어)'를 색출하겠다며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피의사실이 공표됐음을 항변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수사팀 핵심인원은 결국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돼, 동료들의 수사 대상이 된 바 있다.

검찰을 둘러싼 여론이 심상치 않자 김준규 검찰총장은 '신사다운 수사'를 강조하며 새로운 수사패러다임을 주창했고, 피의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수사공보 준칙도 만들어 실시했다.

그러나 법조계 모 인사는 "새로운 수사패러다임은 특수부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낙태, 자살 사건으로 이미 빛이 바랬고, 수사공보 준칙은 검찰의 입맛에 맞게 적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검찰이 노 전 대통령과 한 전 총리 수사에서 비슷한 유형의 '먼지털이식 수사'를 진행한 것도 또다른 비판 대상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혐의 입증을 위해 친가족은 물론, '최측근' 정치인과 후원인 모두를 검찰로 불러들인 바 있으며, 한 전 총리 경우도 친동생과 최측근, 한 전 총리를 지원했던 지인들까지 수사 대상이 됐다.

또 검찰은 법원이 법적으로 판단해야 할 '포괄적 뇌물죄'를 수사 과정에서 수차례 강조해 비판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수사의 경우 기소가 되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은 유야무야 됐지만,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의혹 재판에서 법원이 한 전 총리의 손을 들어주면서 검찰은 머쓱한 표정을 지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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