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의 '축구경영론'

머니투데이 대전=최석환 기자 | 2010.06.20 12:07

"창의적인 플레이에서 진 것" 아르헨티나전 패인 분석...기업경영도 '창의적 플레이' 필요

지난 18일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한 SK에너지 기술원. 미래성장 전략과 그린 에너지 개발 현황을 설명하는 간담회 자리에서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이 난데없이 축구 얘기를 꺼냈다.

↑지난 18일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한 SK에너지 기술원에서 간담회를 진행한 구자영 사장이 축구를 통해 기업 경영을 설명하고 있다.
구 사장은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찾은 페루에서도 오전 일찍 일어나 호텔에서 '2010 남아공 월드컵' 한국대표팀 경기를 챙겨 볼 정도로 '축구팬'임을 강조하면서 지난 17일에 치러진 아르헨티나전의 패인을 분석했다.

그는 "축구에 있어선 프로급 실력을 갖췄다"고 자신한 뒤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관전포인트가 있다"며 "아르헨티나 전은 한마디로 창의적인 플레이에서 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축구 역사에서 가장 이름을 날린 '펠레'가 축구 황제에 오를 수 있던 이유를 설명했다.

구 사장은 "펠레가 뛰어난 것은 공을 다루는 개인기나 방향을 전환하는 유연성이라기 보단 필드에 뛰고 있는 전체 22명의 선수 움직임을 한눈에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전부다 꿰뚫고 20수 앞을 예상한 게 펠레였다"고 말했다.

또 "어떤 위치에서 패스해야 할지, 어떤 공간에서 공을 받을 수 있을지 등 경기의 흐름을 정확히 판단하고 움직였다"며 "펠레는 시간과 공간을 잘 요리하는 '창조적인 플레이'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아르헨티나도 펠레와 같이 창조적인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한국 대표팀이 진 것이란 게 그의 분석이다.

구 사장은 "축구 얘기를 왜 했냐하면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전체 국민을 읽어야 한다"며 "급변하는 경영 상황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신속한 대응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피드에 맞게 순간적인 판단을 한 뒤 정확한 패스처럼 바로 실행해야 한다"며 "SK에너지도 급변하는 경영상황에서 어떻게 포지션닝하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 사장은 독특한 경영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 출입기자들과 가진 송년회에서도 조직 내 구성원의 역할과 리더십을 손가락으로 설명한 '손가락 조직론'도 눈길을 끌었다.

구 사장은 당시 왼손을 펼쳐들고 "엄지는 최고경영자(CEO), 검지는 임원, 중지는 팀장(중간관리자), 약지는 사원(실무자), 새끼손가락은 신입사원이라고 할 수 있다"고 나름대로의 해석을 내놨다.

이어 "중지(팀장)가 가장 긴 것은 조직 내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고 가장 활발하게 활동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며 "그러나 중지가 혼자 잘났다고 나머지 손가락들의 역할이 줄어들면 그것은 조직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엄지(CEO)의 역할을 강조했다. 구 사장은 "엄지는 다른 손가락들과 외롭게 떨어져 있지만, 나머지 네 손가락과 맞춰보면 자연스럽게 만난다"며 "그런 점에서 CEO는 포용성과 개방성을 갖추고 조직 내 구성원 누구나 만나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구성원들이 모두 사기가 떨어졌을 때도 엄지는 우뚝 서서 기를 살릴 수 있어야 넘버원의 조직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며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엄지가 다른 손가락 속으로 숨어버리면 주먹의 파괴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새끼손가락은 약속의 의미하는 약지에서 알 수 있듯이 회사의 미래를 책임지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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