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비상하는 '글로벌 자원그룹의 꿈'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 2010.06.25 10:58

[머니위크]Company/ SK 글로벌 자원외교로 날다-2

한국이 자원 독립국이 될 수 있을까?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가 97%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하면 꿈같은 이야기지만 글로벌 자원그룹으로 약진하는 SK그룹에게는 꿈이 아니다.

SK에너지는 원유 정제회사에서 자원개발 회사로 이미 탈바꿈했고, SK네트웍스SK가스 등도 자원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그룹이 확보하고 있는 자원은 원유뿐만 아니라 천연가스, 철광석, 구리, 니켈, 고무 등을 망라하고 있다.

SK그룹이 자원에서 캐시카우를 찾았다. ‘산업의 쌀’로 통하는 각종 자원을 확보한 SK그룹이 자원부국(富國)을 목표로 시동을 건 것이다. 자원이 무기인 자원전쟁 시대에 자원안보 역할도 겸하면서 말이다.

자원그룹의 중추, SK에너지

SK그룹이 자원그룹으로 거듭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곳은 SK에너지다.

SK에너지는 지난 1983년부터 시작된 자원개발 투자를 통해 현재는 영국, 브라질, 리비아, 페루 등 13개국 33개 광구에서 5억2000만 배럴의 지분 원유 보유량을 확보했다. 5억2000만 배럴은 우리나라 전체가 7~8개월간 쓸 수 있는 양이다. 최근 유가 기준으로 50조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SK그룹은 2015년까지 광구 탐사 확대 등을 통해 지분 원유 보유량과 천연가스 보유량을 10억 배럴까지 늘리기로 했다. 10억 배럴은 한국 국민이 500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로 에너지 독립국의 꿈에 한발 다가서게 된다.

최근 3년간의 수익만 봐도 SK에너지의 자원개발은 확실한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SK에너지는 지난 2007년 자원개발에서만 3232억원의 매출과 176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2008년 매출 5253억원, 영업이익 2944억원, 2009년 매출 6358억원, 영업이익 3351억원 등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자원개발 분야의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2%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전체의 40%에 육박한다. 매년 매출대비 영업이익률은 50%를 넘을 정도로 알짜 사업분야다.

호재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2010년 1분기 석유개발사업은 매출 1689억원, 영업이익 829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석유개발사업의 1분기 일평균 생산량은 전분기 4만1700배럴에서 4만4000배럴로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시작된 예멘 LNG 생산이 큰 힘이 됐다. 올해 예멘 LNG 생산이 본격화되고 페루 LNG 생산까지 시작되면, 올 연말기준으로 하루 평균 7만배럴 이상으로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의 철 확보한 SK네트웍스

SK에너지가 연료 자원에 치중한다면 SK네트웍스는 비에너지 분야에서 자원외교를 펼치고 있다. 주요 자원은 철광석이다.

SK네트웍스는 지난 1월 캐나다 철광석업체인 ‘CLM’사와 10년 동안 매년 100만톤씩 총 1000만톤 철광석을 구매하는 장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자동차의 아반떼급 자동차 6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철광석이다.


SK네트웍스는 이번 계약을 통해 단순히 철광석만 확보하는 것에서 벗어나 국내와 중국 철강회사에 직접 확보한 철광석의 절반가량을 공급하고, 이들 업체가 생산한 제품의 유통사업도 함께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나머지 물량은 중국의 철광석 물류 중심지에서 인도산 저품위 철광석과 블렌딩해 가치를 높인 후 중국 제철소를 대상으로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자원 확보를 넘어 수출까지 하는 셈이다.

SK네트웍스 측은 “이번 CLM과의 철광석 계약으로 연간 500만달러의 이익을 거두는 것은 물론 중국시장에서 입지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이미 제철을 제외한 글로벌 철강기업이라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말 비전 선포식에서 2020년까지 매출 60조원, 세전이익 1조5000억원, 기업가치 20조원 규모로 성장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그만큼 철강의 힘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변화는 긍정적이다. 네트웍스 비전의 3대 사업인 자원개발과 자동차 서비스, 소비재 등이 철강과 연관돼 있는데다 최근까지 철강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뤘다는 점에서 자원외교의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SK네트웍스는 천연고무 생산에도 나선다. 지난해 3월 고무 플랜테이션 사업을 위해 인도네시아 남부 칼리만탄주 따나붐부 지역에서 2만8000㏊ 규모의 산림 개발권을 확보하고 지난해 말부터 밀림 정지작업에 착수했다.

이곳에서 SK네트웍스는 앞으로 4년간 700만그루의 고무나무를 심고, 2013년부터 매년 2만4000톤 규모의 천연고무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국내 타이어 업체들이 해외에서 수입하는 타이어용 천연고무 전체의 7%에 해당하는 규모다.

SK네트웍스는 국내 수요를 비롯해 중국, 인도 등 타이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곳에 천연고무를 공급해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가스 개발 나선 SK가스

E1과 국내 액화석유가스(LPG)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SK가스는 2006년부터 해외 자원 확보에 나섰다. 가스공사 등과 함께 하는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프로젝트다.

수르길 프로젝트는 양국간의 대표적인 경협사업으로 8400만톤 규모의 가스전과 화학플랜트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우즈베키스탄 건설사 중 가장 큰 규모다.

SK가스는 이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서 탈퇴를 고심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진 매장량 평가에서 당초 예상의 4분의 1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와서다.

사업성 부족으로 고민하던 컨소시엄 참여업체들은 올해 5월 다시 웃게 됐다.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미국의 DM사를 통해 매장량을 확인한 결과 향후 20년간 모두 6300만톤의 천연가스를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기존 LPG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SK가스의 가스 개발 사업은 글로벌 자원외교를 펼치는 SK그룹에게 있어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이다.

한편 수르길 프로젝트는 한국가스공사와 우즈베키스탄 국영석유가스공사가 절반씩 출자했으며, SK가스는 한국컨소시엄에 한국가스공사와 호남석유화학(각각 17.5%)에 이어, LG상사, STX에너지와 함께 각각 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2. 2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3. 3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
  4. 4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5. 5 우리 동네 공인중개사들은 벌써 느꼈다…"집값 4%대 하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