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0위권 은행이라도 망하는 경우가 많다"(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 회장 내정자와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기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민영화가 예정된 우리금융지주 인수전을 앞두고서다. 우리금융과 합병을 원하는 두 금융지주 수장이 간접적인 '설전'을 주고받았다.
어 회장 내정자는 "KB금융(자산 325조6000억원)과 우리금융(325조4000억원)을 합해 세계 50위권인 대형은행을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금융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당장 이날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KB금융도 세계 50위 은행인 SC금융그룹(자산 4351억달러·약 522조원)처럼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어 회장 내정자가 대형화를 위한 인수 대상으로 우리금융을 특정한 것에 대해서도 에둘러 비판했다. "M&A는 상대가 있는데 특정 대상(매물)을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M&A는 통상 조용히 진행되다가 최종 완결 단계 때 외부에 공개하는 것이란 점을 강조한 원론적인 발언"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어 회장 내정자 선임 이후 가장 고민이 많은 곳이 바로 하나금융이다. 예상은 했지만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우리금융과의 합병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192조원)은 현재 4대 금융지주 중 자산 규모가 가장 작다. 기업은행(160조8000억원)에마저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우리금융과의 합병을 절체절명의 과제로 인식하는 이유다. 그래서 하나금융은 일찍부터 내부적으로 우리금융 인수 전략을 가다듬어 왔다.
최근엔 론스타가 매물로 내놓은 외환은행 인수도 적극 검토하고 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외국계 자본의 이른바 '먹튀'를 도왔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국민 정서의 측면에서나 인수 후 자산 규모를 볼 때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선뜻 나서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만간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 로드맵이 발표되면 KB금융과 하나금융이 사활을 건 M&A 전쟁을 벌일 것"이라며 "우리금융과 합병 상대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은행권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