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가치=f(콘텐츠, 포장, 디테일한 CEO, 전략)

머니투데이 대담=홍찬선 금융부장, 정리=오수현 기자, 사진=유동일 기자 | 2010.06.17 13:26

[창간기념 대담]<중>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과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사장

▶사회 = 기왕 현대카드 얘기가 나왔으니 화제를 돌려보자. 정 사장 스스로 평가하는 현대카드의 성장 비결은 무엇인가.

브랜드는 마케팅 이상, 콘텐츠와 포장 모두 갖춰야 성공

▶정 사장=현대카드의 성장 배경을 두고 디자인 얘길 많이 하는데, 우리가 단순히 예쁜 카드를 만들기 위해 디자인에 공을 들인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카드가 무엇인가"라는 고민 끝에,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상품을 구성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같은 디자인이 뒤따라 나온 것이다.

M, W, K, C, O 등 알파벳 카드는 그냥 보기 좋은 글자를 디자인으로 도입한 게 아니라 고객의 필요와 욕구를 상품에 반영시켜 분류한 것이다. 프리미엄 카드인 블랙(the Black)과 퍼플(the Purple), 레드(the Red)는 고객층에 대한 분류 작업을 거쳐, 각 고객층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탄생됐다. 이런 과학적 분류와 금융적 사고에서 상품을 기획했고, 그 위에 디자인을 입힌 것이다.

그저 카드만 예쁘게 디자인한다고 소비자들이 그 카드를 사용하진 않는다. 현대카드의 마케팅이나 각종 이벤트를 보며 사람들은 화려하다고 얘길 한다. 그러나 그 속에는 우리의 전략적 방향이 녹아들어 있다.

▶어 위원장=1998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 중 가장 눈부시게 성장한 곳이 바로 현대카드다. 단순히 성장만 한 게 아니라 독창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수립하는데도 성공했다. 단순히 아이디어가 풍부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실제 사업에 지속적으로 집행되기 위해선 회사의 꾸준한 성장이 필요한데, 현대카드에선 이런 일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해외 대학에선 현대카드의 성공을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로 삼고 있다.

창조성은 탄탄한 기본기에서 나온다

▶사회=브랜딩 작업에 있어 창조성이 대단히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뛰어난 창조성을 갖추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사진=유동일 기자
▶어 위원장=창조성은 다시 말해 '끼'다. 이 같은 끼를 갖춘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여기에 축적된 경험까지 더해지면 남다른 창조성을 갖출 수 있다.

▶정 사장=창조성을 형성하는데 교육의 역할도 크다. 요새 중·고등학교에서 창조성을 키운다며 기본교육을 소홀히 하는 측면이 있는데 대단히 잘못됐다.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지 못하면 창조력도 형성되기 힘들다.

▶어 위원장=같은 생각이다. 혹자는 획일적인 교육이 창조성을 없앤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교육이 다소 획일적이긴 하나, 한국인들은 갖고 있는 끼가 많아 이를 충분히 뛰어넘는다. 많은 사람들이 학교교육을 걱정하는데 그럴 필요 없다.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 그렇게 나쁘지 않다.

▶정 사장=창의력을 너무 창조적으로 찾지 말아야 한다. 창의력과 탄탄한 기본기는 대립되는 요소가 아니다. 자신이 맡은 일에 충실하면서 꾸준한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 여기에 다른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곁들이면 상당한 도움이 된다.


브랜드 높이기 위해 CEO 아이디어 집행력 세심함 동시에 갖춰야

▶사회=브랜딩 작업에 있어서 CEO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한 것 같다. 브랜딩에 있어서 CEO가 갖춰야할 덕목은 무엇일까.

▶어 위원장=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집행력이 필요하다.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정태영 사장이 좋은 예다(웃음). 정 사장의 풍부한 아이디어는 동시대 CEO들 사이에서 단연 앞서 있다. 아이디어만 풍성한 게 아니라 이를 과감히 집행하는데도 대단히 능숙하다.

▶정 사장=CEO는 굉장히 디테일(detail)해야 한다. 브랜딩 전략의 큰 방향성부터 세세한 부분까지 지휘할 수 있어야 한다. 브랜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브랜드를 통해 회사를 본다. 따라서 CEO는 브랜딩 전략을 수립할 때 분명한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한다. 아울러 자신의 철학이 조직의 구석구석에 투영될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다지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어 위원장=CEO가 갖춰야할 덕목 중에는 '예술성'도 있다. 대량소비 되는 제품을 만들려면 트렌드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감각은 예술성에서 나온다. CEO는 아울러 아이디어를 상업화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예술가는 자기만족에 그치지만, CEO는 자신의 예술성을 상업화하는데 탁월해야 한다.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사장. 사진=유동일 기자
▶정 사장=여러 가지 능력을 고루 갖추는 것도 CEO에겐 중요한 일이다.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가 좋은 예다. 잡스만큼 IT 지식을 갖춘 사람은 많다. 또 잡스 못지않은 디자인 감각을 갖춘 인물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를 동시에 갖춘 사람을 찾긴 힘들다. 잡스는 IT에 대한 통찰과 디자인 감각을 동시에 갖췄다. 즉 CEO는 복합적인 능력을 갖추고, 이들 사이에 융합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어 위원장=빠른 의사결정과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필수적이다. 고려대 총장 시절 해외 대학 총장들에게서 이메일이 오면 무조건 1시간 이내에 답장을 보냈다. 그 결과 총장으로 재직했던 4년 동안, 고려대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수가 250개에서 450개로 늘었다. 신속한 커뮤니케이션이 해외 학교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전 세계 대학 총장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서 가장 빠른 답이 오는 곳이 고려대라는 평가를 받았다.

21C는 속도가 경쟁력, CEO의 소통 노력도 중요

▶정 사장=위원장께서 말씀하신 신속한 리플라이(reply)는 상대에게 깊은 호감을 준다. 이 사실을 리더들은 유념해야 한다. 나도 직원들의 이메일에 최대한 신속하게 답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답을 늦게 했다면 이메일의 내용이 별로였다는 얘기다(웃음). 신속한 응답의 가치는 기업과 고객들 사이의 관계에서도 유효하다. 현대카드에선 고객응대프로그램 개선작업을 진행 중인데, 조만간 본사 1층 로비에 고객의 불만을 그대로 전시하는 '통곡의 벽'을 세울 계획이다. 실장급 이상 직원들은 여기에 올라온 고객들의 불만을 매주 1건씩 직접 해결해야 한다.

▶어 위원장=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메일 얘기가 나왔으니 이메일과 종이편지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는 일반적으로 격식을 차려 편지를 보내야 할 때 종이편지를 보낸다. 그러나 실제로 종이 편지를 사람들은 잘 읽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내용이라면 직접 전화를 하거나 이메일을 보내지, 편지를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속도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종이편지에 비해 이메일을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 이런 문화의 변화에 조직이 빠르게 적응하도록 CEO가 독려해야 한다.

▶정 사장=트랜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게 위해 트위터(아이디: @diegobluff)를 시작했다.(웃음) 요새 트위터에 푹 빠져 지낸다. 실시간 단문 소통이 의외로 꽤 재밌더라.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2. 2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3. 3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4. 4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
  5. 5 우리 동네 공인중개사들은 벌써 느꼈다…"집값 4%대 하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