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축구 천재, 사고뭉치 악동 정도로만 알려진 마라도나가 모국에서 신의 반열에 오른 것을 이해하자면 역사 상식이 조금 필요하다.
1982년 아르헨티나 군사정부는 자국 앞바다의 영국령 말비나스(포클랜드)를 공격했다. 해묵은 말비나스 영유권 논란에다 아르헨티나 국내정치 문제가 겹치면서 이 섬이 전쟁무대가 됐다.
국력, 군사력에서 영국의 상대가 되지 못한 아르헨티나는 패배했고 정권도 무너졌다. 경위야 어찌됐든 아르헨티나로서는 치욕의 역사다. 당시 아르헨티나에는 반(反) 영국 감정이 타올랐다.
영웅 마라도나는 4년 뒤 탄생했다. 아르헨티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에서 잉글랜드와 만났고 마라도나는 조국에 승리를 선사했다. 그가 손으로 골을 넣었음이 밝혀졌지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아르헨티나는 열광했다. 마라도나는 나라의 자존심을 살린 영웅이었고 인기를 넘어 존경과 숭배의 대상이 됐다.
살아있는 신 마라도나와 한국의 인연도 흥미롭다. 멕시코 월드컵 당시 한국 수비수들은 신묘한 축구실력을 뽐내는 마라도나를 필사적으로 막아섰다. 이 때 마라도나를 거칠게 몰아세운 사람이 허정무 감독이다.
외신들은 두 감독의 이런 관계를 조명하며 17일 한국과 아르헨티나 경기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는 '마라도나가 숙적(허 감독)을 다시 만났다'고 썼다. 골닷컴은 허 감독이 24년 전 마라도나에게 했듯 이번엔 아르헨 간판선수 리오넬 메시를 막으려 한다고 전했다.
마라도나는 월드컵 조 추첨 이후 "허 감독을 잘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86년 한국팀은 축구가 아니라 태권도를 했다"며 '악동' 기질을 숨기지 않았다.
2010년 한국 축구는 1986년과 다르다. 결과는 신도 모른다. 태극전사들의 후회 없는 한 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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