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금융 회장, 은행권 지각변동 급물살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오상헌 기자 | 2010.06.15 16:19

평소 '대형화' 지론... 우리금융ㆍ산업銀 합한 '초대형은행' 나올까

"KB금융지주 회장으로 누가 선출될까요".

KB금융 신임 회장 선임은 최근 금융권의 최고 관심사였다. KB금융 내부뿐 아니라 경쟁은행 임직원들의 촉수도 KB금융호(號)의 새 선장에 집중됐다. 금융당국의 관심도 다르지 않았다. "차기 KB금융 회장 선출이 은행권 재편의 최대 관전 포인트"란 말이 당국자 입에서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누가 KB금융 회장이 되느냐에 따라 은행권의 지각변동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였다.

예측대로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이 KB금융 회장에 내정되면서 우리금융 민영화, 외환은행 매각 등 은행권 재편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어 내정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대표적인 '은행 대형화론자'로 꼽히기 때문이다.

대형은행(매가뱅크)은 어 내정자의 소신이다. 회장 선출 전부터 KB금융이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대형은행이라면) 국외에서 원전을 수주할 때 보증을 설 수 있는 수준, 즉 자산 규모로 세계 50위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발언은 민영화를 앞둔 우리금융과의 '합병'을 고려한 것이란 해석을 낳았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KB금융과 우리금융의 총자산은 각각 325조6000억 원과 325조4000억 원. 합치면 총자산이 650조원에 달하는 거대 공룡이 된다. 세계 30~40위권의 '메가뱅크'가 탄생하는 셈이다.

어 위원장은 KB금융과 우리금융, 산업은행을 합한 초대형 은행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도 합병 상대로 하나금융보다 KB금융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은 합병이 여의치 않으면 지분 분산 매각의 과점 주주형태의 민영화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어 내정자의 등장이 싫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우리금융 매각의 최대 과제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다. 인수자가 많을 수록 파는 쪽은 휘파람을 불 수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매각 당시 롯데의 등장은 이런 점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KB금융이 인수전에 뛰어들면 우리금융 몸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으론 현재 지배 지분 매각, 합병, 분산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달 안에 민영화 로드맵을 발표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발표는 매각 방식을 특정하지 않은 채 이뤄질 공산이 크다. 인수 후보들의 매각 제안을 접수한 뒤 최선의 안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 매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KB금융이 우리금융 인수(합병)전에 뛰어들면 하나금융과 함께 경쟁구도가 만들어져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며 "정부가 바라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금융산업 발전 등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인수전 구도가 전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외환은행 매각 작업도 어떤 식으로든 속도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매각 순서 면에서 우리금융 뒤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장이 여럿 서버리면 흥행 실패 가능성이 높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노리는 정부가 원치 않는 구도다.

현재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외국계 금융사 3~4곳에 불과하다. KB금융과 하나금융도 잠재적 인수 후보군이지만 무게중심이 우리금융 쪽에 쏠려 있다. 하나금융의 경우 우리금융 인수 실패 시 외환은행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이 속도를 내면 외환은행 매각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금융 매각 향배에 따라 일부 국내 금융사가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면 은행권 재편의 틀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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