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중요한 건 '아기'야"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 2010.06.17 10:18

<결혼전쟁4-1>출산장려정책, '결혼'의 테두리를 벗어라

"결혼하고 싶지 않아서, 결혼할 사람이 없어서, 결혼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결혼'이라는 인생 최대의 통과의례 앞에서 주저앉거나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우리 사회는 바야흐로 '결혼전쟁'의 시기를 마주하게 됐다.

결혼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행복이라는 '내용'을 추구하겠다는 젊은이들의 인식 변화, 그리고 결혼을 위해 지출되는 주택·육아·교육 등 살인적인 고비용 구조 앞에서 무작정 결혼을 종용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이에 따라 '선택사항'으로 전락한 결혼을 고집하기보다는 결혼감소에 따른 '가족 해체'의 우려를 '가족의 재구성'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 유모차 업체의 패션쇼. 사진=이명근 기자.
권미혁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가족으로 살고 있어도 전통적 가족 형태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도상으로는 가족으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날이 갈수록 다변화하는 가족의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는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권 대표는 "최근 결혼제도 무용론이 제기되고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가 사라지고 있는 현상은 가족의 '해체'가 아니라 '재구성'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정부는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고 이같은 현실 인식을 기반으로 각종 복지제도와 사회문화 정책을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출산을 결혼의 다음 수순이 아닌 다양한 가족 형태에서도 인정될 수 있도록 해 '출산율 저하'를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결혼전쟁'을 뛰어 넘어 우리 사회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핵심적 과제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귀옥 한성대 교수는 "지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출산율을 자랑하는 프랑스의 경우 1970~80년대에는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였다"며 "그 타개책은 바로 '아이만 낳아라, 어떤 가정이라도 좋다'는 것 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미혼모와 동거 가족 등 가족의 형태와 관계없이 아이만 낳는다면 출산·보육 지원을 결혼 가정과 동등하게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것은 출산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이로써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사회적 면죄부를 부과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랑스는 법적인 결혼 이외의 다양한 가족 형태로 아이를 출산하는 비중이 50%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동거에 들어가면 결혼한 것과 마찬가지로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기인한다. 동거하는 젊은이들도 가족수당은 물론이고 출산과 육아 과정에서의 수당을 모두 받을 수 있다.

임신을 한 여성이 산부인과 전문 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드는 진료비도 모두 공짜다. 산모의 나이와 상태에 따라 진료 횟수와 검사 종류가 다르지만 어떤 검사를 해도 모두 무료다.

이는 비단 프랑스뿐만 아니다. 유럽인들은 동거 및 혼외 자녀를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동거 커플의 증가로 인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동거 커플과 정식 결혼 부부, 혼외 자녀와 정식 부부의 자녀를 법적, 사회적으로 차별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결혼을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위한 유일한 관문으로 바라봤던 전통적인 한국의 시각으로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이다.

필립 모건 미국 듀크대 석좌교수는 지난달 27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세계 최저 출산율, 불가피한 문제인가'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며 "동거를 강화하고 권장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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