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방정부, '유럽식' 2차 위기 불러오나?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10.06.14 10:46

지방채 디폴트 증가 가속화…지방정부 연쇄파산할 경우 방법 없어

미 지방정부가 발행한 지방채 '시한폭탄'이 파국을 향하고 있다. 약 2조8000억달러 규모 지방채의 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

지방정부의 연쇄 디폴트가 현실화될 경우 이미 천문학적 규모의 경기부양 유동성을 소진한 연방 정부로서는 구제 여력도 없어 '유럽식' 2차 위기가 미국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디폴트 증가 속도에서 위기 감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미 지방정부 디폴트 위기는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2020년 만기 미 지방채 수익률은 지난 11일 3.15%를 기록했다. 4월 3.3%와 비교하면 오히려 지방채 가격은 올라간 셈이다.

지난 1년간 지방채 발행기관이 디폴트를 선언한 지방채 규모를 감안해 봐도 아직 위기가 본격화됐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이들 발행기관이 상환하지 못한 지방채 규모는 64억달러로 전체 지방채의 0.002% 수준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방채 디폴트의 절대적 규모보다 디폴트 증가 속도에 주목해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디폴트를 선언한 지방채 발행기관은 모두 223개로 2년전 31건과 비교하면 무려 7배 이상 늘어났다. 64억달러의 디폴트 규모 1년 전과 비교하면 20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재정 적자 확대가 문제…내년 1210억불 부족=지방 정부의 세입과 지출 격차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미국 50개 주의 내년 예산 부족액은 121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재정적자 문제는 지방정부 전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앞서 경제전문 포춘은 재정적자 문제가 디트로이트를 비롯해 펜실베이니아 해리스버그, 앨러배머주 제퍼슨 카운티에서 특히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 미 경제의 심장부도 마찬가지라는 평가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의 본거지 디트로이트는 미 자동차 산업 붕괴의 직격타를 맞으며 올해 예산에서 2억8000만달러가 부족한 상태다. 지난 3월 2억5000만달러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했지만 이 같은 적자상태를 메꾸기는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해리스버그는 지급이자만 6800만달러 수준이다.


◇'2차 위기' 오나?…지방정부 모럴헤저드도 우려=이처럼 지방정부 도산 위기가 점증되고 있지만 지방채 발행기관은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실제 지방정부가 디폴트를 선언해도 이를 처리할 적절한 법적 절차도 없어 지방정부의 모럴헤저드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브라운 브라더스 래리먼의 제프리 쉔필드 최고투자책임자는 "지방정부 파산의 불길한 조짐이 감지된다"라며 "하지만 지방채 투자자들은 지방채 디폴트 리스크가 전혀 없다는 식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정부의 연쇄적 디폴트가 현실화될 경우의 충격이 미 경제 전체로 옮겨 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는 평가다.

미국의 실업률은 현재 9.7% 인데 그나마 지방정부의 일자리 공급으로 현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5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 대비 43만1000명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민간고용은 4만1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정부 고용 비중이 그만큼 높다는 방증이다.

지방정부 디폴트가 일자리 감소, 그리고 소비 위축 가속화로 연결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저성장 조짐이 감지되는 미 경제의 '2차 위기'도 현실화 될 수 있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투자자…CDS 거래도 극성=한편 '붕괴의 전조'를 감지해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투기세력은 이미 신용디폴트스왑(CDS)을 통해 '지방정부 파산'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 주 5년 만기 지방채 파산 보증 비용은 무려 16%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지방채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다. 버크셔는 지방채 투자를 2008년 말 47억 달러에서 지난 3월 31일 기준 39억 달러 미만으로 줄였다.

앞서 버핏은 미 하원 금융위기조사위원회(FCIC) 청문회에서 "지방채와 관련해 끔찍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그 이후 문제는 연방정부가 지방정부를 도울 지 여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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