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더 이상 失期말고 '소통 개각'해야

머니투데이 김선주 기자 | 2010.06.14 17:45
문민정부의 인사 키워드는 '깜짝 인사'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인사는 만사"라면서도 자주 경질성 인사를 단행했다. 즉흥적인 국면전환용 개각은 내각의 책임성과 공직사회의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민의정부 인사 키워드는 '측근인사'다.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각료들이 제출한 인선안을 존중했지만 측근 위주의 협소한 인재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문민정부 때 득세한 PK(부산·경남) 인맥 대신 호남 출신을 중용, 지역주의를 부활시켰다.

참여정부 인사 키워드는 '코드인사'다. '학력·지역·서열 파괴'를 기치로 개혁적인 인사 스타일을 도입했지만 개각 때마다 거센 후폭풍에 휘말렸다. 청와대 비서실과 각종 위원회 출신으로 내각을 채우며 '회전문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역대 대통령의 인사 평점이 높지 않은 이유는 국정운영의 필연성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로 개각을 활용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취임 이후 줄곧 '국면전환용 개각'을 거부해 온 이명박 대통령은 전임자들과는 또 다른 이유로 딜레마에 빠졌다.

현재까지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인사 키워드는 '실기(失期)'다. 안팎의 개각 요구를 외면한 채 질질 끌다가 쇄신 시기를 놓친 경우가 많았다. 취임 첫 해 쇠고기 파동으로 내각 총사퇴 요구가 빗발쳤을 때 몇달을 버티다 결국 교육·농림·보건부 장관만 교체했다. 시간을 끌다 민심을 왜곡 반영, '소폭 개각'에 그쳤다.


6·2지방선거 이후 여·야가 한 목소리로 외치는 인적쇄신의 명분은 바로 '민의(民意)'다. 이에 화답하듯 이 대통령이 14일 직접 입장을 표명했지만 쇄신의 폭과 시기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고심 끝에 내 놓은 결과물이겠지만 아쉽다.

과연 민의가 제대로 반영된 결과를 내놓을지에 대한 의구심, 이전 개각처럼 적절한 시기를 놓쳐 '하나 마나 한 개각'이 되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뒤섞인다. 집권3년차 를 맞은 이명박 정부의 개각 키워드는 '소통'이어야 한다.

국민 대다수가 정부의 국정쇄신 노력을 인정할 만한 진정성을 보여야 하며, 여·야의 불만이 잦아들만한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 이 대통령이 고민할 지점은 '누구를, 얼마나' 갈아치울지가 아니라 '어떤 방식'을 거쳐 중용할 지다. 물론 민심과 호흡을 맞춘 상태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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