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은지점 선물환 규제, 채권시장 영향은?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 2010.06.14 13:52

초과 포지션 2년간 유예로 영향 제한…단기채권엔 부정적

정부가 외국은행의 국내지점(외은지점)에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규제하면서 외국인의 국내채권 매수세를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선물환 규제 시행에 유예기간을 뒀기 때문에 당장 국내 채권의 매도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외은지점, 선물환 매수 제동

13일 정부는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 방안'을 통해 외은지점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자기자본의 250%, 국내은행은 50%로 제한하고 수출기업에 대한 선물환 거래한도도 기존 125%에 100%로 강화하기로 발표했다.

정부가 선물환 규제에 나선 것은 단기 외화차입을 줄이고 환율시장의 변동성을 축소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이에 따라 그간 달러를 차입해 원화 채권을 매수했던 외국인들은 선물환 규제로 매수를 줄일 수 있다.

외국인들은 달러를 빌려 셀&바이(현물환 매도+선물환 매수)를 통해 원화를 조달한다. 이를 통해 외은 지점은 저금리로 달러를 빌려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인 원화채권에 투자하는데, 스와프시장에서 원화 교환 비용을 빼더라도 차익을 남길 수 있다.

그러나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매수에 제한을 두기 때문에 셀&바이 거래에서 선물환 매수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외은지점 초과 선물환 연계 채권매수 18.5조원

동부증권에 따르면 공시자료를 통해 파악된 자기자본 대비 250%를 초과하는 선물환 포지션을 보유한 외은지점은 14개로 한도 초과분은 148억6000만달러. 원/달러 환율 1246원으로 환산하면 18조5000억원 규모다.


동부증권은 14개 외은지점의 전체 선물환 포지션은 324억1000만달러, 원화 환산 시 40조4000억원으로 이들이 보유한 원화채권 보유 잔액이 39조조원임을 감안할 때 대부분의 선물환 포지션은 셀&바이를 통한 차익거래로 원화 채권 매수와 연계돼 있다고 추정했다.

신동준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초과 선물환 포지션과 연계돼 있는 원화채권 보유 규모도 약 18조5000억원 수준으로 유사할 것"이라며 "또한 당분간 추가 재정거래 포지션의 구축도 어려운 만큼 단기물 통안채 수급에는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급격한 채권 매도 가능성 낮다

다만 선물환 규제로 인한 외국인들의 채권 매도 등 급격한 변화로 이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한도를 급격하게 축소해야 하는 은행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3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기존 거래분으로 인해 포지션비율 한도를 초과하는 경우 초과분에 대해 최장 2년간의 청산 유예기간을 뒀다.

일부 외은지점의 이자율 및 통화관련 장외거래잔액 중 잔존만기 1년 이내 비중은 각각 63.2%, 71.4%여서 2년의 유예기간 내에 대부분 만기 도래해 자연스럽게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 전반적인 단기물 수급에는 부정적인 요인이지만 급격한 매물로 쏟아질 가능성이 낮을 수 있다.

신 애널리스트는 "수개월 전부터 외화차입 규제와 관련된 논의들이 진행되면서 해당 외은지점들은 선제적 대응에 나섰고 추가로 자본을 확충해 선물환 매입 여력을 확대시킬 수도 있다"며 "외은지점이 재정 거래 포지션 일부를 자국의 본점으로 이전하면 원천징수세 면제 효과도 얻고 포지션의 축소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동환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이 차익거래를 중단하기보다 포지션 일부를 자국의 본점으로 옮기는 손바꿈으로 대체할 수 있다"며 "또 선물환 규제로 일시적인 달러화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통화스와프(CRS) 금리가 급락하면 차익 거래의 기대수익률이 높아져 외국인의 매수세를 되레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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