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살지마라" 결혼 말리는 엄마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10.06.14 10:23

[결혼전쟁]<1-2>결혼 '안'하는 여자들의 항변…"엄마처럼 살지 말래요"

편집자주 | 결혼에 대한 미혼남녀의 가치관이 달라지고 있다. 결혼과 임신·출산을 당연하게 생각하던 여성들이 점차 이를 '선택'으로 받아들이면서 가족의 구성, 나아가서는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결혼에 대한 남녀 패러다임 전환의 원인과 사회적 영향, 대책 등을 총 4회에 걸쳐 연재하고, 현실화된 '결혼전쟁'에 대비하고자 한다.

"엄마가 결혼하지 말래요" 혼기 꽉 찬 딸내미를 억지로 선 자리에 내보내 짝을 맞춰주던 시대는 지났다. 요즘 엄마들은 어설픈 남자를 만나 고생하고 사느니 시집가지 말고 '혼자 잘 먹고 잘 살라'고 말한다. 결혼 안하는 여자들 뒤에는 결혼 안 해도 좋다고 말하는 엄마들이 있다.

◇여자가 변했다=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인식은 '골드미스'들의 등장과 함께 시작됐다. 고학력·고소득 전문직 여성이 늘면서 자아실현을 결혼보다 우선시 하는 풍토가 자리 잡은 것이다.

공기업에 다니는 양은진씨(가명, 38)는 결혼의 필요성을 전혀 못 느낀다고 한다. 그녀는 매일 아침 고급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주중 2회는 바이올린 강습을 받는다. 퇴근 후에는 네일 케어를 받거나 백화점으로 쇼핑을 가고, 주말에는 가족이나 친구와 여행을 떠난다. 홍콩, 도쿄 등으로의 해외여행도 해마다 떠난다.

은진씨는 "운 좋게도 유복한 가정에서 평생 부족함 없이 살아왔다"며 "결혼해서 허리띠 조이고 살아갈 자신도 없고,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헌신할 자신도 없다"고 털어놨다.

높은 이혼율도 결혼에 대한 여성의 시각을 달라지게 했다. 지난해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부부의 이혼율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통계를 봐도 2008년 서울에서 이뤄진 면접 중 48.2%가 이혼과 관련된 것이었다.

직장인 유민정씨(가명, 33)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돼 이혼을 했거나 준비 중인 친구들이 내 주변에만 벌써 여러 명 있다"며 "결혼을 해봐야 별게 없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져서 지금은 그냥 연애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도 변했다= 딸을 아들 못지않게 공부시키고, 뒷바라지해온 어머니들도 변했다. 현재 소위 '결혼 적령기'라고 하는 20~30대 자녀를 둔 어머니들은 주로 50~60대이다. 대체로 전업 주부로 살았고, 자식을 위해 자신의 삶을 헌신했다.

'잃어버린' 자신의 인생을 딸이 답습하지 않길 원하는 어머니가 늘어나면서 딸들의 가치관을 변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현재 기혼 남성의 79.7%는 '결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여성은 65.2%만이 동일한 응답을 했다. '하지 말아야 한다'는 대답도 남성은 1.7%에 그쳤지만 여성은 3.2%로 두 배 가량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혼에 대해서도 기혼남성은 71.7%가 '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지만 기혼여성은 58.6%만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광고회사에 근무하는 김연지씨(가명, 35)는 "아버지는 볼 때마다 결혼하라고 성화시지만 어머니는 20대 때부터 결혼을 안 해도 된다고 말해왔다"며 "과년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대해 느긋할 수 있는 건 어머니 덕분"이라고 말했다.

연지씨는 "딸도 아들이랑 똑같이 돈 들여서 공부시켰고, 취직해서 일도 잘 하고 있기 때문에 결혼으로 이 모든 걸 잃게 될까봐 늘 걱정 하신다"며 "어머니는 결혼을 하더라도 일은 계속 하라고 입버릇처럼 말씀 하신다"고 덧붙였다.

◇출산, 꼭 해야 하나요?=여자들과 엄마들을 변하게 한 저변에는 '출산'에 대한 인식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여성이 결혼을 서두르는 이유 중 하나는 노산에 대한 두려움과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늘어난 육아 및 교육 부담 등으로 '결혼을 하면 출산을 꼭 해야 한다'는 명제가 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결혼에 대한 생각도 바뀌고 있다.

방송계에 종사하는 한혜진씨(가명, 32)는 "여자들이 결혼을 빨리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노산의 위험 때문이지 않느냐"며 "하지만 나는 꼭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에 결혼이 급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가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안혜민씨(35, 가명)도 "남자친구가 40살이지만 결혼은 좀 더 있다 생각해 볼 것"이라며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내 생각에 남자친구도 동의했기 때문에 결혼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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