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있고 애인 있는데 결혼 왜 해요?"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10.06.14 10:19

[결혼전쟁]<1-1>결혼 '안'하는 여자들의 항변…"결혼은 인생의 옵션"

편집자주 | 결혼에 대한 미혼남녀의 가치관이 달라지고 있다. 결혼과 임신·출산을 당연하게 생각하던 여성들이 점차 이를 '선택'으로 받아들이면서 가족의 구성, 나아가서는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결혼에 대한 남녀 패러다임 전환의 원인과 사회적 영향, 대책 등을 총 4회에 걸쳐 연재하고, 현실화된 '결혼전쟁'에 대비하고자 한다.

"결혼을 꼭 해야 하나요? 돈과 애인만 있으면 충분한데"

'결혼은 미친 짓이다'와 같은 영화 속의 도발적인 발언이 아니다. 나이도 찼고, 남자도 있고, 경제력도 갖췄지만 결혼은 '안'하겠다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물론 마음이 바뀌면 할 수도 있지만 결혼이 열일 제쳐두고 치러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 만나는 남자가 없더라도 결혼만을 위한 만남 '따위는' 하지 않겠다는, 어찌 보면 '쿨'하기까지 한 그녀들의 결혼 '안'하는 속사정을 들어보자.

◇"돈과 애인은 필수, 결혼은 옵션"=금융권에서 일하다 최근 대학원에 입학한 강미희씨(가명, 33)는 5살 연하의 남자친구와 5년째 열애중이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미희씨는 현재 결혼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다. 그녀는 "결혼은 꼭 해야 하는 필수 요소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잘라 말한다. 누군가 곁에 있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결혼이라는 틀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희씨는 "지금은 꿈과 진로에 더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결혼으로 내 자신을 희생하거나 신경 쓸 일이 많아지는 것이 싫다"며 "남자친구가 원한다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쯤 생각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컨벤션 업체에서 근무하는 김혜은씨(가명, 31)도 비슷한 생각이다. 3살 연상의 남자친구와 3개월째 교제중인 그녀는 "나이 때문에 결혼을 서두르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혜은씨는 "결혼은 서른 중반 이후에 하고 싶은데 혹시 그때 지금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다른 인연을 찾지 못하게 되더라도 (지금 결혼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남자친구가 없는 솔로 여성들도 예전처럼 결혼 상대를 찾는 일에 목매지 않는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황지연씨(가명, 36)는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결혼을 고민해보겠지만 그런 사람이 없는데 결혼 자체를 위해 선을 보거나 결혼상대를 찾아다닐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방송계에 종사하는 한혜진씨(가명, 32) 역시 "서른을 넘기면서 결혼에 대한 주변의 압박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대충 조건 맞춰서 만나는 것은 영 내키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결혼을 위한 결혼은 'NO'= 결혼을 바라보는 여성들의 시선이 달라지면서 혼인율은 낮아지고, 초혼 연령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평균 초혼연령은 28.7세로 전년에 비해 0.4세 더 높아졌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여성 평균 초혼연령 '30세 시대'도 멀지 않았다.

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자들의 결혼도 덩달아 늦어지고 있다. 지난해 남성 평균 초혼연령은 31.6세로 전년 보다 0.2세 많아졌다.

반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31만 건으로 32만8000건을 기록했던 전년보다 1만8000건(5.5%) 감소했다.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인 '조혼인율'도 6.2건으로 통계청이 관련통계를 작성한 197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출산율은 더 심각하다. 현재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15명으로 OECD 국가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금 같은 저출산 추세가 이어지면 2100년에는 한민족 수가 절반으로 줄고, 2500년에는 거의 사라질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발표했다.

결혼의 한 당사자이자, 임신과 출산의 '키'를 쥐고 있는 그녀들이 변했다. 무엇이 그녀들을 달라지게 한 것인지 알아야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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