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무원이라고? 15년 연속 사장 아무나 하나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 2010.06.11 11:55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의 출사표와 희망가

“우리 환경은 매우 열악하고 위태롭습니다. 고통과 희생을 감내하고 앞으로 전진할지, 그대로 서 있다가 최후를 맞이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국내 대표 장수 전문경영인으로 첫손에 꼽히는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의 12년전 취임사(98년 7월15일)의 일부다. 누구나 이견이 없었던 외환위기 한복판에서 코리안리(당시는 대한재보험)호에 승선했던 박 사장. 그는 11일 다시 CEO로 선임되며 회사의 항해를 이끌게 됐다. 5연임으로 임기를 마치면 15년째로 강산이 한번 반쯤 변하는 세월이다.

외환위기였던 1998년, 취임 당시 코리안리는 난파선이었다. 공기업이었던 코리안리는 회사채 보증에 따른 당기손실이 2800억원에 달해 파산 직전이었다. 취임사의 위기 선언은 그런 상황의 반영이었다.

박 사장은 취임사처럼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경영정상화에 전력투구한 결과 그 해 37억원의 흑자를 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던 결과였다. 99년 새해 아침 그 스스로도 “뼈를 깎는 자구노력으로 회사를 지켜내 더욱 성숙하고 강해진 모습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자평했다.

재임 기간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회사 이름도 대한재보험에서 코리안리로 바꿨다. 미래지향적으로 국제화된 회사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였다.

박 사장은 지난 12년간 회사를 연 평균 12%씩 성장시키며 아시아 1위의 재보험사로 탈바꿈시켰다. 그가 취임한 후 1999 회계연도(1999년 4월~2000년 3월)부터 지난해까지 코리안리는 모두 6000억원 안팎의 누적 순이익을 올렸다.


회사는 정상화 이상의 성과를 냈고 글로벌 금융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직원들을 독려한다. 회사 실적은 외환위기 직후보다 나아졌지만 또다시 안주하려는 경향이 도지기 시작했다고 봤고, 그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6년간에 걸친 백두대간 종주를 제안, 실행에 옮겼다.

박 사장은 유달리 야성(野性)을 강조한다. 직원 개개인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치열한 정글에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강한 도전정신과 진취적 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 야성이 필수라는 것이다.

12년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요구했고 실행했던 그는 “여러분의 능력과 열정을 믿고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말을 달고 산다. “우리가 의심을 버리면 세계 5위 도약이라는 꿈은 반드시 이뤄질 것입니다” 그가 올 초 신년사에서 내놓은 말이다. 코리안리는 현재 전세계 재보험업계에서 10위권이다.

그는 이날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의 재신임으로 코리안리라는 한 회사의 CEO로서, 금융권의 대표 전문경영인으로서, 관료 출신 기업인의 성공사례로서 또다른 역사를 만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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