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식물인간, 시효 지나도 보험금받을 수 있다"

머니투데이 김성현 기자 | 2010.06.10 06:00
교통사고 피해자의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됐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식물인간 상태에 빠져 시효 내에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면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교통사고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남편 이모(46)씨를 대신해 아내 김모씨가 H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H사는 이씨에게 41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식물인간 상태에 있던 이씨가 스스로 보험금 청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사실상 전혀 기대할 수 없다"며 "계약자 사이의 형평, 제도의 사회적 기능, 소멸시효의 존재 이유 등에 비춰 이 같은 경우까지 소멸시효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은 이씨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여서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씨는 보험금 청구권을 발생시키는 보험사고 자체로 인해 심신상실 상태에 빠짐으로써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됐다"며 "금치산 선고를 규정한 민법 제179조를 감안할 때 권리자의 심신 상실 상태에 대해 특별한 법적 고려를 베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H사의 주장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고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1997년 10월 H사와 자동차 교통사고 보험 계약을 체결한 이씨는 이듬해 6월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이후 아내 김씨는 남편을 대신해 2006년 7월 H사를 상대로 보험금 47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H사는 재판 과정에서 "교통사고 발생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만큼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 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씨는 1심 재판 도중 이씨에 대한 금치산 선고를 청구했고, 2008년 1월 금치산 선고를 받았다.

민법 제179조는 '소멸시효의 기간 만료 전 6개월 안에 무능력자의 법정 대리인이 없는 경우 그가 능력자가 되거나 법정대리인이 취임한 때로부터 6개월 안에는 시효가 완성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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