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뺏기고 쫓겨나" 美 한인작가 '절규'

머니투데이 뉴욕=강호병특파원  | 2010.06.09 16:36

마종일씨 "메트뮤지엄 전시 '빅밤부' 내작품 베낀 것" 표절 주장

세계 3대 미술관중 하나인 뉴욕 맨해튼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하 메트뮤지엄) 옥상에 전시된 미국 유명작가의 설치조형물 '빅밤부'가 한인작가의 작품을 모방 내지 표절한 것이란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작가인 마종일(49)씨는 물론 현지 일부 평론가도 "빅밤부가 마씨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동조하며 이슈화되고 있다.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옥상에 전시된 스탄형제의 빅밤부(사진=머니투데이)

뉴욕 메트 뮤지엄 옥상에는 4월27일부터 뉴저지주 출신의 쌍둥이 예술가 마이크 & 덕 스탄(Mike & Doug Starn)형제의 대나무 설치조형물 '빅밤부(Big Bambu)'가 기획전시되고 있다. 30~40피트의 대나무 약 5000개를 나이론 끈으로 엮은 것으로 크기는 가로 100피트, 세로 50피트, 높이 50피트에 달한다. 대나무 기둥 위에 계단과 복도를 설치, 관람객이 올라가 맨해튼 전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있는 미술관 옥상에 거대한 대나무 정글짐을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신선하게 받아들여져 제작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뿌렸다. 뉴욕타임스에서도 "미술관의 야심작" 이라며 제작과정과 작품의 실험성을 높이 평가하는 기사를 4월과 6월 크게 게재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설치예술가 마종일작가. 메트로폴리탄 옥상에 설치된 스탄형제의 빅밤부가 자신의 작품을 표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이에 대해 뉴욕 미술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나무 설치예술가 마종일씨는 최근 특파원을 만나 "스탄 형제의 빅밤부가 외관, 재료는 물론 끈으로 묶어서 설치를 해나가는 제작 스타일측면에서 자신의 작품을 복제 또는 표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 작가는 "스탄 형제의 빅밤부가 건축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흘러가 대형화되고 조밀해진 것은 있지만 제작 방법이나 결과물이 주는 전체적인 인상은 뉴욕, 광주, 담양 등에서 발표했던 나의 작품을 베낀 것(리핑 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전남 장흥출신으로 95년 도미한 마 작가는 비주얼 아트스쿨 졸업반 이던 2001년부터 나무나 대나무를 끈으로 묶는 작품활동을 시작, 10년간 아트전에 꾸준히 출품해왔다.

2005년엔 브루클린 아트 스페이스에 나무로 만든 대형작을 설치, 주목을 끌었고, 2006년 한국 광주비엔날레와 2007년 담양 아트인더시티에는 대나무로 엮은 작품을 출품했다. 2008년에는 소크라테스 조각공원에 출품한 설치작의 작품성을 인정받아 알재단으로부터 비주얼 아트상을 수상했다. 최근엔 5일부터 약 한달일정으로 맨해튼 남쪽 거버너스섬에 있는 '빌딩 110'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2009년 인천 여성비엔날레에 출품된 마작가 대나무 설치작 전경
마 작가가 표절 목소리를 더욱 높이는 배경에는 그와 스탄 형제가 생면부지가 아닌 작품 활동을 함께 한 시절이었던 때문이다.

2002년~2009년 스탄형제가 운영하는 스튜디오에서 피고용인으로 일했던 그는 "2005년 봄부터 서로의 작품세계를 공유한다는 의미에서 그간 만든 작품이미지를 스탄형제에게 공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2006년 광주, 2007년 담양 출품작 사진까지 다 보여줬다고 했다.

마 작가는 "스탄형제는 내가 선의로 공개한 작품을 다 들여다 본뒤 2008년부터 갑자기 기존 하던 일을 나와 비슷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며 "처음엔 어려운 개인사정 때문에 말도 못꺼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가 그들 작품을 모방한 것 아니냐는 주위의 오해들이 많아져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고 말했다.
↑ 2009년 인천여성 비엔날레 마작가 출품 대나무 설치작.


스탄형제는 2008년 이전엔 사진을 기반으로 한 설치예술이 전공이었다. 마 작가는 지난해 6월 스탄형제의 작품에 대해 항의한 직후 경제적 사정을 이유로 해고됐다.

그는 "예술가들끼리 얼마든지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지만 같은 모티브라도 누가 봐도 완전히 다른 것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아티스트 일 것" 이라며 "스탄 형제의 대나무 설치에서 자기만의 것이라고 할만한 것 없다"고 덧붙였다.


마 작가는 이어 "이번 케이스는 성장해가는 아티스트의 설자리를 잃게 하는 아주 나쁜 형태의 복제"라며 "스탄 형제가 작품에 대한 나의 기여를 인정해 줘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 작가는 "지금와서 문제제기 하는 것은 돈을 바래서가 아니다"며 "멀쩡히 작업하다 남의 작품을 베낀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을 뿐" 이라고 심정을 밝혔다.

↑2005년 브루클린 아트스페이스에 전시한 마작가의 작품. 미국서 마 작가는 대나무 희소성때문에 주로 나무로 작업해왔다.
이같은 마 작가의 주장은 현지 한인언론에 보도되고 일부 현지 미술평론가의 동조를 얻어내면서 이슈화되고 있다.

뉴욕 소재 페이스 대학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하는 미술평론가 존 룬드퀴스트(John M. Lundquist) 박사는 "전문가적 관점에서 볼 때 메트 옥상 빅밤부와 한인작가 마종일 작가가 2006년 광주, 2007년 담양 등에 출품한 선행작품과 밀접한 유사성(close similarity)이 있다"고 지적했다.

룬드퀴스트 박사는 뉴욕타임스가 빅밤부 오픈에 즈음해 4월23일자로 대대적으로 소개하는 기사를 게재한 후 메트뮤지엄과 뉴욕타임스 앞으로 보낸 이메일 서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서한에서 그는 "스탄 형제는 2008년 비콘 전시이전 나무나 대나무로 된 설치작업을 한적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마 작가가 스탄 스튜디오에서 일하면서 작품활동을 한 정황을 고려할때 스탄 형제가 마 작가로부터 영향을 받았거나 그의 아이디어를 차용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2006년 광주비엔날레에 출품한 마작가 대나무 설치작
그는 "스탄 형제가 다른 루트를 통해 마씨로부터 영향을 받은 사실을 알렸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4월23일 뉴욕타임스 기사에는 언급되지 않았다"며 " 메트뮤지엄 설치과정에서 그같은 사실이 분명하게 언급되지 않은 것은 매우 불행한 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메트 뮤지엄은 "작품의 기원이나 진화에 대한 것은 해당 예술가들에게 맡겨야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객원교수로 활동하는 또다른 미술평론가도 현지 한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트 뮤지엄 옥상 스탄형제의 전시물이 우연의 일치로 보이지 않는다"며 "스탄형제는 마 작가를 8년간 알고 지냈고 그의 작품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고 동조의 뜻을 나타냈다.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옥상에 전시된 스탄형제의 빅밤부 내부. (사진=머니투데이)


한편 스탄 형제는 마 작가와 일부 평론가의 주장에 대해 최근 "자기만의 작품"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스탄 형제는 “대나무는 마 작가만 쓰는 것이 아니다"며 “빅밤부는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것으로 공식적으로 2006년부터 실행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고 반론을 폈다.
↑ 2007년 담양 예술제 출품한 마 작가의 대나무 설치작.

베스트 클릭

  1. 1 '보물이 와르르' 서울 한복판서 감탄…400살 건물 뜯어보니[르포]
  2. 2 '공황 탓 뺑소니' 김호중…두달전 "야한 생각으로 공황장애 극복"
  3. 3 김호중 팬클럽 기부금 거절당했다…"곤혹스러워, 50만원 반환"
  4. 4 생활고 호소하던 김호중… 트롯 전향 4년만 '3억대 벤틀리' 뺑소니
  5. 5 "사람 안 바뀐다"…김호중 과거 불법도박·데이트폭력 재조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