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사실상 패배"…뼈저린 반성 속 재선임기 준비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유현정 기자 | 2010.06.03 16:56
"사실상 패배했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오늘의 승리를 받아들이겠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는 3일 오전까지 진행된 개표결과를 지켜본 뒤 서울 프레스센터에 마련된 선거대책본부에서 지지자들에게 이 같이 소감을 밝혔다.

만감이 교차한 표정 속에 때론 울먹거림이 비친 오 당선자의 얼굴에서 승리의 기쁨은 찾기 어려웠다. 오히려 뼈저린 반성이 앞섰다. 전날 저녁부터 4차례의 뒤집기 승부 끝에 0.6%포인트 차 극적 승리를 거둔 데 대한 안도감과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 구청장들을 지켜주지 못한 채 자신만 살아 돌아온 미안함이 복잡하게 엇갈렸다.

오 당선자는 "장수들을 모두 잃어버린 대표장수가 된 느낌"이라며 "압승하지 못하고 이렇게 어렵게 승리를 거둔 데 대해 미안하다"고 했다. 서울시 25개 구청장을 모두 차지하고 있던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서 4곳에서만 당선자를 냈다. 나머지 21곳은 민주당에 빼앗겼다.

투표 당일까지도 오 당선자가 이렇게 고전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명숙 민주당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10~20%포인트로 벌어지자 한나라당에서는 압승을 예상했다.

오 당선자가 선거운동 막판까지 유세에 나서자 여권 내에선 "뭘 이렇게까지 하냐" "얼마나 크게 이기려고 하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오 당선자 측이 이미 민선 5기 서울시 주요 간부 인사를 끝냈다는 말이 나오고 명단 일부가 기자들 사이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는 투표가 마감되고 저녁 6시 방송3사 출구조사 발표에서 0.2%포인트 차 초박빙 우세라는 결과가 나오자 일순간에 바뀌었다. 개표가 진행되면서 그나마 앞서던 득표 상황이 뒤집혀 1000~9000표 차이로 뒤지자 지지자들 사이에선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일부 지지자는 흥분 속에 주먹다짐을 벌이기도 했다. 오 당선자도 개표 상황을 지켜보다 밤 11시쯤 낙담한 표정을 지으며 선거사무소를 떠났다.


3일 새벽 1시쯤 다시 선거사무소를 찾은 오 당선자는 "민심의 무서움을 깨닫고 있다"며 "패색이 짙은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뒤 30여 분만에 다시 개표 상황실을 비웠다. 오 당선자가 자리를 뜨자 지지자들도 흩어졌다.

분위기는 새벽 4시 전후 강남3구 개표가 이뤄지면서 반전됐다. 4시15분 오 당선자가 첫 역전을 이뤘다. 득표순위는 1차례 더 뒤집혔다가 오 당선자의 선두 고수로 이어졌다. 관사로 돌아갔던 오 당선자가 보고를 받고 선거사무소로 돌아온 시간은 아침 6시였다. 개표 진행이 늦어지면서 당선이 확정되기까지 2시간30여분이 더 걸렸다.

오 당선자는 당선소감을 발표한 뒤 곧바로 시청으로 출근해 오전 10시30분 시청 별관 대회의실에서 '하절기 수방 및 건강대책' 회의를 주재하면서 업무에 복귀했다.

어려운 승리지만 오 당선자가 민선 서울시장으로는 최초로 재선에 성공하면서 차기 대선 유력 주자로 올라섰다는 데 이견을 다는 이는 많지 않다. "날개를 달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오 당선자가 지금까지의 방식을 고집하다간 나락에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도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됐다. 오 당선자에게 이번 선거 승리가 '기회'이자 '위기'로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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