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로벌 위기 속에 현대·기아차가 선전하면서 한국 부품사들의 실력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해외 주요 완성차들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신규 수주도 이어지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직접 만난 부품사 관계자는 "현대·기아차 덕에 금융위기의 어려운 시기에 잘 버텼다"면서도 "현대차가 상생 경영에 조금만 더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은 올 초 터진 토요타 대량 리콜 사태 이후 품질관리를 위해 어느 때보다 부품사와 협력관계를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 부품사들이 체감하는 정도와는 온도차가 있어 보인다.
대다수의 부품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차그룹은 특정 협력업체의 규모가 커져 입김이 세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부품사들의 영업이익률이 5% 넘는 곳을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매출이 조 단위인 대규모 협력사들은 거래규모가 커 그나마 괜찮지만 매출 3000억~4000억원 규모의 부품사들은 기업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부품사들이 알게 모르게 중국, 인도 등 신흥 시장 완성차 업체들 쪽으로 공급 확대를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하는 국내 자동차산업이 미국, 일본, 유럽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글로벌 부품사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세계 100위 권 내 국내 부품사는 현대모비스(19위), 만도(73위)가 전부다.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를 제외하면 사실상 단 한 개인 셈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의 품질은 부품사에서 나온다'는 당연한 명제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선 현대·기아차의 통 큰 지원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현대는 글로벌 부품사들을 키워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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