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노풍·단일화…'키워드'로 본 지방선거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 2010.06.01 15:19
선거 때마다 많은 이슈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와 선거판을 뒤흔들지만 이번 6·2지방선거에선 천안함 사태에 따른 안보 문제가 '초특급 태풍'이 되면서 여러 이슈들을 휩쓸고 지나갔다.

또 천안함발 '북풍'(北風) 못지않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맞아 일어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도 '노풍'(盧風)이라 불리며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비록 북풍과 노풍에 가려졌지만 무상급식은 이번 선거에서 거의 유일하게 유권자들의 큰 관심을 모은 공약이었다. 기초단체장부터 광역단체장까지 야권은 유례없이 많은 후보단일화에 성공해 단일화도 이번 선거의 키워드 중 하나가 됐다.

이명박 정부의 전환기에 치러지면서 여야 모두 사활을 걸고 뛰어들었던 이번 선거의 지난 과정들을 여러 키워드들을 통해 정리해 봤다.

◇북풍=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0일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사한 민군 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이 북한 어뢰의 공격을 받아 수중 폭발했다는 최종 결론을 발표했다.

천안함 사고가 이번 선거에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견됐던 부분이지만 국제적인 문제로까지 부각되면서 천안함 사태는 선거판에서 '태풍의 눈'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 24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북 강경조치 내용을 담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정국은 순식간에 안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예상보다 강한 북풍에 민주당 등 야권은 정부여당이 천안함 사태를 선거에 악용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야권 지도부와 후보들은 '보수정권 안보무능론'과 '전쟁위기론'을 내세워 국면 전환을 노렸지만 역부족이었다.

반면 한나라당은 천안함 사태와 선거는 관련이 없다 면서도 연일 대북제재를 촉구하고 안보 강화를 외치며 사실상 북풍에 몸을 실었다. 일선 후보들도 유세 때마다 북한과 야당을 싸잡아 비판하며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여당에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노풍=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는 뜨거웠지만 노풍은 북풍을 밀어낼 만큼 위력이 세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과 서울 덕수궁 및 서울광장에서 열린 추도식과 추모문화제에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고인에 대한 추모 열기를 반영했다.


민주당과 친노(친노무현) 후보들은 "선거는 선거, 추모는 추모"라며 선을 그었지만 실제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을 구심점으로 뭉칠 야권 지지층은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선전할 수 있는 가장 큰 동력 중 하나였다. 민주당은 한명숙 이광재 안희정 김원웅 김정길 등 친노 인사들을 광역단체장 후보로 세웠고 비민주당 후보인 유시민 김두관 등까지 모여 '노무현 벨트'가 형성됐다.

◇무상급식=본격 선거전에 들어서기에 앞서 무상급식은 많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끈 생활 정책이었다. 야당 후보들은 일찌감치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예상보다 큰 반향이 일면서 여당 후보들도 당황했다.

여당 후보들은 재정 문제를 이유로 전면 실시에 난색을 보였지만 정책 취지에는 기본적으로 공감했다. 일부 여당 후보들은 표심을 얻기 위해 과감히 전면 실시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풍 등 정쟁 소재들이 전면에 부각되면서 무상급식 공약은 선거의 뒷전으로 밀려났다.

◇단일화=판세 반전이 필요했던 야권은 이번 선거에서 유례없이 많은 후보단일화를 이뤄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민주당 후보였던 김진표 의원과의 단일화에 성공해 화제가 됐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야권의 후보단일화는 봇물처럼 일어났으며 김정길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처럼 야5당이 함께 추대한 후보가 나오기도 했다. '범야권 단일후보'라는 표현도 현수막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문구가 됐다.

◇여론조사=선거 때마다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는 각 정당과 후보들이 가장 민감해 하는 부분이다. 그런 만큼 이번 선거에서도 여야는 자기 쪽이 우세하게 나타난 여론조사는 과학적이라고 강조하며 크게 선전한 반면 지지율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 조사 결과는 비과학적, 편파적이라고 매도했다. 실제로 언론사마다 들쑥날쑥한 조사 결과는 당사자들은 물론 유권자들에게도 혼돈을 부추겼다.

◇맞짱토론=영향력이 큰 만큼 이번 선거에서도 TV토론을 둘러싸고 적지 않은 소동이 벌어졌다. 서울시장 후보 TV토론은 초반부터 형평성 문제로 난항을 겪었으며 여러 차례 방송 계획이 취소되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들이 연출되기도 했다.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들은 TV토론 기회를 쉽게 얻지 못해 '나홀로 토론'을 여는 등 고군분투했다.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는 TV토론 중 서로 깊은 인연을 맺었던 과거사를 털어놓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또 흥미와 긴장감이 더하는 1대1 형식의 '맞짱토론'도 많은 관심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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