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파업·폭스콘 자살사태…'新중국' 변화 앞당길까?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10.05.31 14:33

개혁개방 이후 발전전략 모순 반영…'성장'에서 '질' 변화 앞당길지 주목

'혼다 파업' '폭스콘 연쇄 자살 사태'는 중국 경제의 근본적 체질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인가?

중국 노동 시장에 급격한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광동성 소재 폭스콘 공장에서는 자살이 잇따르고 부품 공장 파업으로 혼다의 중국 생산 라인은 전면 가동을 중단했다. 혼다는 이번 사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이곳 근로자들은 대응 수위를 올릴 것이라며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이 같은 중국 노동자들의 이례적 '행동'은 내수경제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중국 경제의 현재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 한편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아직 급격한 체질 변화를 원치 않는 중국의 '본심'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성장'에서 '질'로 중국 경제의 근본적 체질 변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폭스콘 사태, '성장'에서 '질'로의 변화 반영=최근 중국 노동시장에서 감지되는 가장 큰 변화는 노동자들의 의식에서 나타난다. 폭스콘 자살과 혼다 파업 과정에서 이 곳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인간답게 살 권리'에 맞춰지고 있다. 단순한 임금인상 요구를 넘어 근로환경의 개선이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임금인상의 명분조차 '생계 유지'라기보다 '시간 외 근무를 줄이자'다.

이 같은 의식 변화는 금융위기 이후 가속화된 중국 경제의 체질 변화에 주목해 보면 당연한 귀결이라는 평가다.

중국 경제에서 10억 소비시장의 중요성은 이른바 '글로벌 임밸런스'의 모순에 따른 내수경제 강화 필요성이 대두되며 한층 높아졌다.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내수 위주의 경제로 전환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하고 무엇보다 농민 경제의 발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혁개방이후 성장위주 발전 전략하에 '관(官)'의 명령에 무조건 따른 노동자들이 다음 세대 발전의 주도적 위치로 격상되는 순간이었다.

주인공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노동자들의 의식 변화는 이번 폭스콘 사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들의 연령층이 주로 20~30대였다는 점에 뚜렷이 반영돼 나타난다.


80년대에 태어난 중국인을 지칭하는 이른바 '빠링허우(80後)' 세대는 중국 경제의 체질 변화와 함께 국내 소비를 주도하며 중국 경제성장을 주도할 집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 세대와 달리 본인의 권리와 욕구를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이들 빠링허우의 '행동'이 최근 중국 노동시장의 변화와 맞물리고 있다는 평가다.

◇다음 10년 변화 가속화되는 계기 될까?=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의 변화를 담아낸 이번 폭스콘 사태를 계기로 다음 10년의 변화 속도도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중국은 내수가 경제발전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공언했지만 급격한 변화는 원치 않는 상태다. 여전히 노동집약적 수출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경제구조의 빠른 변화는 자칫 성장 둔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이 이번 사태를 전후해서 이례적으로 광저우와 상하이 등의 최저 임금을 15%~20% 인상하기로 한 점에서도 빠른 변화의 조짐은 읽힌다. 하지만 향후 당국이 임금 인상을 넘어 이번 사태에서 나타난 노동자들의 주요 요구조건인 '인간답게 살 권리'의 개선에도 초점을 맞출 경우 '성장'에서 '질'로의 체질 개선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수출 구조 변화도 이끌어 낼 듯=노동집약적 수출 구조에서 기술 집약적 수출로의 변화도 가속화될 수 있다. 근로자 자살이 연이어 나타난 폭스콘 공장은 애플과 휴렛팩커드 제품을 하청 생산하는 곳으로 70년대 이후 성장 위주 중국 경제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현지 언론은 폭스콘에서 연이어진 자살이 낮은 임금의 집약적 노동 구조와 이미 훌쩍 성장한 노동자 의식 사이의 모순에서 불거진 사태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독일을 제치고 세계 1위 수출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이제 양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중국 역시 지난 전인대에서 노동 생산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2008년 기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노동생산성은 11.7% 수준으로 1990년대 50% 대비 대폭 줄어든 상태다.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노후 위해 부동산 여러 채? 저라면 '여기' 투자"…은퇴 전문가의 조언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