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음의원과 밝음한의원을 운영하는 원주의료생활협동조합 얘기다. 원주 중앙동 '차 없는 거리'를 조금 따라 들어가면 6층짜리 밝음신협 건물이 보인다. 이곳 3층에 밝음의원과 밝음한의원이 있다.
황 사무장은 "환자가 방문하면 20~30분은 이야기를 하고 처방을 한다"며 "수익보다는 지역주민과 조합원에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밝음의원과 한의원이 하루에 보는 환자는 30~35명을 넘기 힘들다. 그래도 소신을 지키는 이유는 원주 주민이 힘을 합쳐 만들었다는 책임감 때문이다. 원주의료생협은 지난 2002년 1200여 가구가 출자한 1억7000만원을 자본금으로 출발했다.
지금은 조합원이 1660여 가구로 늘었다. 황 사무장은 "농업에 종사하는 어르신들이 많이 오고 밝음신협이 1층에 있어 신협 조합원 대부분이 의료생협에 가입한다"고 말했다. 병원을 찾는 전체 환자의 절반이 이들 조합원이다.
그래서 원주의료생협은 병원 외에도 가사간병서비스(길동무), 멋살림, 원주주거복지센터 등 다양한 사업을 한다. 지역사회에 좋은 일을 하는 것에 더해 요양보호사 등 42명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사회적 기업 인증도 받았다.
이 병원은 사람들의 병 뿐 아니라 집도 고쳐준다. 원주주거복지센터를 운영해 저소득층에 주거상담을 해주고 지역 내 집수리 서비스로 연계한다. 병원에 온 저소득층 환자들이 유독 기관지, 폐질환이 많고 치료를 해도 잘 낫지 않던 이유를 찾다 시작한 사업이다. 주거환경이 열악한데다 그나마도 난방비를 아끼느라 찬 방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집수리는 예비 사회적 기업인 노나메기가 한다. 에너지 효율화 주거개선사업(WAP)을 하는 이 기업 역시 38가구의 출자를 받은 협동조합형 사회적 기업이다. 자활공동체에서 취약계층 3명을 고용했다.
변 단장은 "6.25 때부터 산 집인데 그때까지도 연탄 화덕을 썼다"며 "보통은 단열시공을 하고 노후 보일러를 바꾸는 정도지만 워낙 상태가 심각해 싹 개조했다"고 말했다. 공사비용은 원주장애인복지관과 강원주거복지센터 등에서 공동모금을 해서 댔다.
변 단장은 "할아버지가 사는 집이 좋아지니 표정이 확 달라지고 열심히 살려는 의지도 보였다"고 전했다. 병을 고치려다 집을 고치고 그러다보니 마음까지 고친 것. 그 원동력은 이웃과 손을 잡은 협동조합 정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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