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로또는 꽝?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 2010.06.07 10:54

[머니위크 기획] 부동산괴담, 진실은/ '강남 재건축'의 굴욕

"'재건축 로또'요? 이젠 옛말이죠. 시장도 얼어 붙은데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거래도 거의 없어요. 한마디로 꽝이에요." (강남권 A재건축 단지 인근 공인중개)

◇강남권 재건축 계속되는 추락

지난 3월 초 조용하던 서울 강남 재건축시장에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강남의 상징적인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가 정밀안전진단에 통과하면서다.

2001년 이후 '3전4기' 끝에 고비를 넘어서자 이를 계기로 재건축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했다. 강남권 중층 재건축을 비롯한 다른 단지들도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한주, 두주 시간은 흘렀지만 거래도 드물고 가격도 내림세를 보인 것. 팔겠다는 사람은 많았지만 간간이 문의만 있을 뿐 사겠다는 사람은 드물었다. 각종 호재에도 불구하고 강남 재건축의 바로미터로 불리던 단지마저 외면을 받자 "이제 재건축에 대한 환상을 깨야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흘러나왔다.

주택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하락세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및 현지 중개업계 등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전용 77㎡는 최근 9억2000만원에 팔려 직전 최고가인 작년 8월 10억5000만원에 비해 12.4% 내렸다. 다른 강남권 재건축단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정비계획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개포 주공1단지 51㎡는 직전 최고가인 작년 8월의 10억5000만원인데 최근 9억5000만원에 팔려 9.5% 하락했다.

별다른 호재가 없는 송파 잠실 주공5단지는 낙폭이 더 컸다. 전용 77㎡는 5월 초 10억3500만원에 거래돼 직전 최고가였던 작년 7월 12억9000만원에 비해 19.8%나 급락했다. 이보다 싼 급매물도 나오고 있지만 매수세는 찾기 힘들다. 현지 공인중개 관계자는 "아직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단 떨어지지 않아 매수자들의 관망은 이어질 듯하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강북과 과천 등 경기권으로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재건축, '로또'에서 '찬밥 신세'된 까닭

그렇다면 왜 재건축이 '황금알을 낳는 오리'에서 '찬밥' 신세로 전락하게 됐을까. 우선 막대한 공사비로 추가분담금 부담이 커진 데다 주변 집값 하락으로 수익성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기일 때는 재건축만 하면 집값이 급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지만 지금은 오히려 재건축 아파트가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소형의무비율'이 고민거리다. 재건축 방식은 소형 평형 의무비율(▲60㎡ 이하 20% ▲60㎡ 초과 85㎡ 이하 40% ▲85㎡ 초과 40%)을 지켜 짓는 일반 재건축이나 가구당 전용면적의 10%만 늘려 짓는 1대 1 재건축 가운데 한가지를 택해야 한다.

일례로 4424가구인 은마아파트는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돼 법정 상한용적률인 300%까지 지을 수 있는데 소형 의무비율을 지킬 경우 중대형 주택형을 전체 가구의 40%까지 지을 수 있다. 그러나 소형을 20% 지어야 하기 때문에 사업성이 떨어지고 전용 76㎡ 가구의 면적이 줄어들 여지가 있어 반발도 예상된다.


1대 1 재건축은 소형 주택형을 지어야 할 의무는 없지만 기존 전용면적보다 10%만 늘기 때문에 일반 분양이 거의 없어 조합원 부담이 늘어난다. 따라서 일반 재건축이 고려되고 있는데 이럴 경우 조합원 당 부담금은 2억~3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의 한 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인허가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된다 해도 4500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에다 상가까지 합치면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조합원들의 반발로 사업 기간이 길어질 경우 금융비용 등으로 인한 사업비 부담이 더 커지고 또다시 내분을 가져오는 악순환이 이어질 우려도 있다. 최근엔 갈등이 소송으로 비화돼 아예 사업이 중단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현재 서울 강남권에서 송사로 재건축 추진이 지연되는 곳은 1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정문제로 비화되면 최소 2년 이상은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이럴 경우 시공사는 사업비를 높일 수밖에 없어 조합원 가구당 1억원 이상의 부담이 추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잦은 분쟁으로 사업이 장기 표류하고 있는 송파 가락 시영1단지 전용 41㎡는 작년 9월 5억9000만원에서 지난 4월 4억9000만원에 팔리며 16.9% 떨어졌다.

◇'무상지분율 상향', 재건축 수요늘까

상황이 이렇자 최근에는 건설사들이 조합원들의 부담을 덜어주며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게 무상지분율 상향이다. 최근 고덕 6단지에선 174%라는 파격적 무상지분율을 제시한 두산건설이 강남권을 휩쓸어 온 대형업체들을 제치고 시공사로 선정됐다. 예컨대 무상지분율이 150%라면 대지지분이 100㎡인 조합원은 재건축 후 150㎡의 아파트를 부담금 없이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본 다른 재건축단지들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고덕2단지 조합원들은 이달 초 6단지에 비해 건설사들이 제시한 무상지분율이 낮다며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무산시켰다. 아예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입찰참여 건설사들이 제안하는 무상지분율을 160% 이상으로 의무화하고 지분제로 사업방식을 확정했다.

날로 높아져가는 조합 눈높이에 건설사들은 다소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무상지분율이 높아질수록 향후 일반분양가를 올려야 하는데 이럴 경우 분양성이 떨어져 미분양이 발생할 수 있고 공사비 회수에 어려움을 겪어 자금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이미 사업을 벌인 건설사 중에서도 일반분양에서 미분양이 나와 공사비 회수 지연으로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동 고덕 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현대아이파크는 현재 최고 10% 분양가 할인을 진행 중이지만 미분양이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대형 업체뿐 아니라 일부 중견 업체들도 이번 기회에 강남권에서 '깃발'을 꽂기 위해 경쟁에 합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무상지분율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건설사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재건축 아파트에 다시 투자 수요를 끌어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최근 재건축 집값 하락세가 이어졌지만 무상지분율이 상향평준화되면 수익성이 나아져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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