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는 더이상 불필요한 '디테일'이 아니다

머니투데이 아이스타일24 제공 | 2010.05.28 11:14

LACE LOVE ♥ LOVE LACE

"옷에 달린 레이스 장식을 떼듯이 생활과 마음에서 불필요한 것을 떼어버려야겠다" - 전혜린

그동안 레이스는 왠지 치렁치렁하고 다소 부담스러운 '디테일'로 느껴져 왔다. <내숭 100단 계집애 VS 발랑 까진 언니> 양대산맥들이나 입을 법한 '소재'인 것 같아 정이 안 가기도 했고. 한마디로 전혜린씨 문장 속의 표현처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그런데 없는 쪽이 조금 더 후련한. 그런 천덕꾸러기 존재였다고 할까.

하지만 패션은 절대 규정짓지 말아야 할 '관용'이 특히 절실한 분야. 그걸 제대로 깨달은 일화 하나.
내가 살면서 이렇게 찢어진 데님을 또 언제 입겠나 싶어서 버려버린 지가 언젠데. 어느 날, 마르지엘라의 Damage Jean이 어찌나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로 근사하던지! 뒤늦게 땅을 쳤다. 다행히, 그 데님 팬츠를 버리진 않았어서 스스로를 기특히 여긴 것도 잠시. 홀딱 잘라 없애서 미니스커트로 만들어놨더라. 10년 후의 내가 10년 전의 나를 그렇게 얄미워한 적도 처음이었던. 내가 내 취향을 과신해서 바로 그 '내 취향'에 걸려 넘어지는 일은 두번 다시 만들고 싶지 않았던.

레이스를 거추장스러워하던 내가 이제는 레이스로 된 것만 보면 동공이 2배로 열리면서 흥분을 하니, 인생 참 재밌구나 싶다. 나에겐 패션이 곧 인생이니까 이렇게 아이템 하나도 제법 훌륭한 인생 선배가 된다.

어느 날, 처음 보자마자 멈칫하고 무한 반복 들어갔던 용감한 형제의 '슬픈 음악' 비쥬얼.

한참 레이스에 심취해있을 때 제대로 퐈이아~를 외치게 해줬던 장희진의 레이스룩.
섹시하다기에 앞서 아름답다. 이렇게 가녀리게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 몹시도 여자다워서 아름답다.
여느 언더웨어 브랜드의 제품이겠거니 했는 데 왠걸, American Apparel이라는 걸 알고 더 좋아져버렸다.

실제로 지금 American Apparel의 오피셜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당당히 따로 분류된 LACE 아이템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상큼한 맛도 있는 레이스의 매력!



확실히 레이스 LACE 그 자체가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힘이 실린 것이다.


"SUN언니야~그러니까 레이스의 어디가 그렇게 좋다는 건지 자세히 말을 해줘요 !"
(아이긍~안그래도 말하려던 참이예요! :)

패션디자이너로 일할 때, 내가 항상 잊지않는 포인트는 바로 '여자'가 입을 디자인이라는 것이였다. 제 아무리 BALMAIN의 파워숄더가 유행이고 '무심한 듯 시크하게' 애티튜드가 가장 쿨하다 할지라도 여자의 실루엣을 왜곡하는 옷은 싫었다. 마켓에서도 자주 언급하는 점이 바로, 여자들은 날씬해 보이는 옷을 좋아한다는 사실이였다.

레이스는 의심의 여지없이 '여자'다. 그리고 2010년의 레이스는 '모던한 여자'다. 피비 필로가 셀린을 통해 전세계를 매료시킨 모더니즘의 미학은 레이스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신축성이 가미되어 방정맞게 피부에 찰싹 달라붙는 쪽보다 적당히 여유를 준 패턴이 만들어내는 '똑' 떨어지는 실루엣이 좀 더 세련되보인다. (물론 레깅스나 바디수트는 예외다)

Stella Mccartney매장에서 한참을 서서 만지작거릴 만큼 고급스러운 조직의 레이스 톱, 거의 발목까지 내려올 정도로 부담스러운 길이였지만 발견의 기쁨으로 온몸이 전율했던 훌륭한 레이스 소재의 빈티지 드레스, 레이스 소재가 연상되는 즐겨찾는 카페의 도일리(컵받침 종이)까지..한동안 나의 모든 일상의 초점이 레이스에 맞춰져 있었다.

레이스는 이미 그 자체로 매력이 충분한 소재이고 디테일이니, 최대한 절제된 디자인을 선택하는 편이 좋다. 한 사이즈 정도 낙낙한 레이스톱에 데님만으로도 훌륭한 스타일이 되고, 레이스 드레스에 보이쉬한 Army 점퍼를 툭 걸쳐입어도 아주 멋스러운 스타일이 완성된다. 안그래도 그 자체로 너무 '여자'인데 머리굴려 복잡하게 꼬을 필요가 뭐 있으랴. 레이스 아이템을 입는 날이면 행동도 좀 담백하게 해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아..안되겠어요..레이스는 간질간질해서 도저히 소화못하겠어요."

혹시 이런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에이..우리 여자끼리 왜 이러실까.. 그런다고 '여자'라는 소중한 존재감이 어디갈까! 살짝 못 이기는 척하며 레이스 양말이라도 신어볼지어다. 메탈릭한 샌들에 레이스 양말의 조합도 은근히 매력적이라 아마 깜짝 놀랄 걸. '내 발이 은근히 섹시하구나'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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