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배아, 인간으로 볼 수 없다"(상보)

머니투데이 김성현 기자 | 2010.05.27 15:17

'연구 제한적 허용한 생명윤리법' 합헌

인간 배아의 연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생명윤리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체외에서 수정돼 모태에 착상되기 전 초기 배아는 인간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인공수정 후 남은 배아를 폐기하거나 연구에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게 결정의 요지다.

생명공학이 발전됨에 따라 제정된 생명윤리법에 관해 헌법 평가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관련 학계의 연구활동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헌법재판소는 27일 남모씨 부부와 배아, 법학자, 의사 등 13명이 "생명윤리법 일부 조항이 헌법상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있다"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특히 청구인에 포함된 배아에 대해서는 청구인 자격이 없다고 보고 배아의 청구를 각하했다. 재판부는 "청구인 중 배아는 아직 모체에 착상되지 않은 이상 독립된 인간과 개체적 연속성을 확정하기 어렵고 수정 후 착상 전 배아가 인간으로 인식될 필요성이 있다는 사회적 승인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정자와 난자를 제공한 배아 생성자들의 청구에 대해서는 "잔여 배아에 대해 5년의 보존기간을 정하고 이후 폐기하도록 한 생명윤리법 16조 1항, 2항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냉동된 잔여 배아 수의 증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의료기관의 관리 소홀로 배아가 부적절한 연구 목적으로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을 방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5년 동안의 보존 기간이 임신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배아를 이용할 기회를 부여하기에 명백히 불합리한 기간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배아 수의 지나친 증가로 사회적 비용 확대 및 부적절한 연구목적의 이용 가능성을 방지해야할 필요성이 배아 생성자의 자기 결정권을 제한하는 불이익의 정도에 비해 작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법학자와 윤리학자, 철학자, 의사 등이 낸 청구에 대해서도 "청구인들이 심판 대상 조항으로 인해 불편을 겪는다 하더라도 이는 간접적 불이익에 불과한 만큼 기본권 침해 가능성과 자기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헌재 노희범 공보관은 "이 사건은 배아 생성자 뿐 아니라 배아가 직접 헌법소원을 청구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특색이 있다"며 "헌재는 초기 배아에 대해 기본적 주체성을 부정했는데 이는 초기 배아가 '인간'에 해당하지 않음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남씨 등은 2005년 3월 "생명윤리법 규정은 인간 배아를 단순한 세포군으로 정의함으로써 인공수정에서 남은 배아와 체세포 복제 배아를 생명 공학 연구를 위한 도구로 전락시켰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청구인단에는 법학교수와 윤리학자, 의사, 대학생 등과 함께 남씨 부부가 인공수정으로 생성한 배아 1쌍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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