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 한 장, 청바지 한 벌은 사소한 투자다

머니투데이 아이스타일24 제공 | 2010.05.27 14:54

[MenzStyle] 패션은 자존심이다 ②


나는 멋진 옷, 외모에 대한 관심은 인간의 본능 중 하나로 생각한다. 나이가 든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남자라고 여자보다 관심이 덜하지 않다, 단지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숨겨두고 있을 뿐이다. 내가 알고 있는 대기업 중역인 K이사가 떠오른다. K이사는 젊은 직원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싶었지만 생각뿐 적당한 기회를 만들지 못했고, 직원들 역시 자기를 어렵게 대하는 기색을 느껴왔다. 특히 여직원들과는 도통 무슨 얘길 해야 할지 난처했다. 최근에 그의 이런 고민을 확 덜어준 일이 있었다. 미국에 사는 딸이 보내준 핑크빛이 도는 집업 카디건을 입고 출근했는데, 평소에는 목례만 하고 지나가던 직원들마저 “이사님 카디건 너무 멋져요.”, “색깔 너무 잘 어울리네요.”라며 스스럼없이 말을 걸어오는 거다. 핑크색이라니 무안했지만 딸이 보내준 옷이니 한번은 입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걸치고 출근했는데 의외로 호응이 좋았던 것. 그는 당장 미국의 딸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은근히 인기가 많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패션은 나이와 성별을 넘어 대화의 소재를 제공해준다. 신입사원이 사장님에게 업무나 성격, 종교, 정치에 대해서 말을 꺼내기는 어렵지만 옷에 대해서 칭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즐거운 소재다. K이사에게는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이후로는 주말에 부인과 옷 구경하러 다니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고 한다. 새로운 넥타이를 매고 출근해서 젊은 직원들의 반응을 보고 대화를 나눈다. ‘멋지다’는 칭찬을 들은 날은 하루가 가뿐하고 활력이 넘친다고 한다.

한국 남성들이 패션에 관심이 없는 것은 단지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태리 남자들보다 못할 게 전혀 없다. 나는 이 컬럼을 통해서 패션을 바꾸면 인생이 얼마나 즐거워지는지를 알려드리고 싶다. 차를 바꾸고 집을 바꾸려면 엄청나게 많은 돈이 든다. 셔츠 한 장, 청바지 한 벌은 그에 비하면 사소한 투자다. 하지만 효과는 뒤지지 않는다. 아니, 더 크다. “차가 멋지다”는 것보다 “그렇게 입으니까 패션모델 같다”는 칭찬이 훨씬 귀에 달콤하다.

물론 중장년 남성들의 멋 내기는 20대 젊은 남자의 그것과 같을 수 없다. 지금까지 쌓인 시간의 흐름을 무시하고 ‘몸짱 되기’ 프로젝트에 나서거나 무리한 아이템을 시도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이태리 남자들에게 배운 교훈을 다시 생각해본다. 그들은 ‘시간’을 적으로 삼지 않았다. 시간을 거슬러 젊음을 유지하려고 애쓰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들에게 시간은 고루함, 늙음이 아니라 전통이었고, 안정된 정신세계가 그대로 드러나는 풍모였다. 그런 태도가 오히려 흐르는 시간을 묶어 놓았다.

중년 이후의 삶에서 시간을 적으로 돌리는 전략은 성공하기 어렵다. 시간을 친구로 만들고 즐기겠다는 마음이 여유를 만든다. 나이가 있기 때문에 더욱 빛을 볼 수 있는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물리적인 젊음이 아니라 젊음이 갖는 특징, 열정과 자신감, 생기와 활력을 느낄 수 있다면 성공이다. 거리낌 없이 젊은이들과 대화하고 그들과 같이 트렌드를 즐기고 함께 활동할 수 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한국에 멋진 남자는 배용준 뿐이 아니라고, 이태리 가서 남자들에 홀딱 반해온 젊은 여자들에게 이 땅에 훨씬 멋진 중년들이 많다고 큰 소리로 말해줄 날이 왔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남성들이여 자신의 멋스러움을 남들이 알아주기 기다리면서 마음속에 꽁꽁 숨겨두지 말기 바란다. 내면의 숨겨진 소중한 가치들을 아주 살짝, 조금씩이라도 꺼내 달라.

이 컬럼을 빌어 앞으로 남성들의 새로운 멋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이 방법들은 이제까지 알고 있던 것과는 사뭇 다를 수 있다. 지난 12년간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면서 방송과 기업, 정계 남성들을 스타일링한 경험을 이 곳에 담고자 한다. 중년의 패션 입문자들이 쉽게 실천해볼 수 있도록 되도록 간략하게 핵심만을 기술하려고 애썼다. 부디 이 컬럼이 대한민국 중년 남성들이 패션으로 ‘웰빙’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건강을 위해 일주일에 한번 등산을 하고, 매일 40분씩 산책을 한다면, 옷을 위해 약간의 시간을 투자하자. 돈도 시간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건 용기와 자신감이다. 그 용기와 자신감이 젊음을 돌려줄 것이다. 적어도 10년은 보장한다. 이제부터 10년 젊어지는 대한민국 중년 남성만을 위한 패션 스타일리스트 윤혜미의 비장의 노하우를 공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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