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말리며 잠 못 자는 외환딜러 업무=24시간

머니투데이 김창익 기자, 송정훈 기자 | 2010.05.26 18:14

(종합)25일 환율 변동폭 60원 이상, "리먼 사태 수준 육박"...밤잠 설치며 역외시장 주시

24시간. 외환딜러의 하루 근무시간이다. 서울 외환시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지만 싱가포르 런던 뉴욕 등 역외시장이 24시간 지속된다. 퇴근 후에도 안테나는 역외시장을 따라 지구를 한 바퀴 돈다.

26일 오전 8시59분 외환은행 딜링 룸. A딜러가 모니터를 응시한다. 개장가 확인을 위해서다. 9시 개장가는 1142원. 전날 종가에 비해 무려 108원이 떨어졌다. 순간 실소가 터진다. 주문실수다.

A딜러는 "빅 피겨가 움직이면 100% 실수"라고 했다. 빅 피겨는 100원대의 변동폭을 말한다. 여유는 잠시. 환율은 이내 1250원대로 올라선다. 실수주문은 취소됐다.

원/달러 환율은 1230원 후반으로 떨어졌다, 다시 곧바로 1260원대까지 치고 올라간다. 9시30분까지 변동폭은 20원 이상 벌어진다. 긴장 게이지가 상승한다. 그는 " 방향성이 불확실 해 포지션을 잡기 힘들었다"고 했다.

이후 환율은 비교적 안정을 찾았다. 그래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순 없다. 어제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는 "어제 워낙 변동폭이 커 오늘 레인지(변동폭)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20원이면 상당히 큰 폭"이라고 했다. 점심은 아침에 제과점에서 사온 빵으로 떼웠다.

전날 밤 사이에도 시장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25일 서울 폐장가는 1250원. 이후 싱가포르 역외시장(NDF: 차액결제선물환)에서 환율은 다시 1270원대로 올라섰다. 런던 시장에서도 1276원까지 치솟았다.

이날(25일) 저녁 7시. 산업은행 B딜러의 아이폰엔 메신저 수신음이 잇따른다. 런던 현지 브로커들로부터 날아든 단문 메시지다. B딜러는 "밤사이 보통 50통의 메시지를 확인한다"고 했다.


관심의 초점은 역시 뉴욕증시와 NDF 시장. 서울 개장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뉴욕증시는 막판에 반등하며 마감했다.

26일 새벽 5시. 뉴욕 브로커들에게 NDF 시장 정보가 날아든다. A딜러는 "요즘엔 브로커들의 메시지 확인에 밤잠을 설친다"고 했다. 최종호가는 1242.5원. 전날 서울 종가에 비해 7원 넘게 떨어졌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증시 영향도 있지만 역외시장에도 개입으로 보이는 물량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통화당국도 밤잠을 설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25일 시장은 패닉이었다. 변동폭이 60원을 넘었다. 한 딜러는 "리먼 사태 당시에 육박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다른 딜러는 "속어로 말 그대로 막장"이라고 표현했다.

북한이 전면전 태세를 갖췄다는 뉴스가 시장을 휘저었다. 뉴스 직후 오전 10시40분부터 20여 분간, 장 마감 직전인 오후 2시 30분께 10여 분간 시장은 요동을 쳤다. 이를 기점으로 환율은 1250원 대에서 1270원대 후반까지 급등락 했다. A딜러는 "1250원을 고점으로 잡고 숏(매도) 포지션을 잡은 딜러들은 순간 식겁했을 것"이라고 했다.

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나오면서 장 막판 변동폭을 줄였다. 딜러들은 이날 당국이 20억 달러 가량을 쏟아 부은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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