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은행의 '구력(口力)'

머니투데이 김창익 기자 | 2010.05.26 14:09
금융시장이 불안하면 통화당국자의 입에 시장 참여자들의 눈이 쏠린다.

시장은 통화당국의 말 한마디 한마디로 정책 방향을 가늠하고, 베팅의 향방을 결정한다. 이런 식으로 통화당국의 입은 시장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구두개입이다.

25일이 그랬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9.5원 오른 1224원에 시작해 장중 1277원까지 치고 올라갔다. 시장은 거의 패닉상태였다.

통화당국은 적극적으로 구두개입 했다. 한국은행의 경우 안병찬 국제국장이 오전 11시께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필요하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오후엔 장병화 통화정책담당 부총재보가 "(환율 급등은) 심리적 불안에 따른 것"이라며 "이같은 상태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감은 1270원 대에서 지지선을 만들며 상승폭을 제한했다.

오후 2시 예정된 통화금융대책반 회의가 열렸다. 회의 시작 전 이주열 부총재는 기자들과 만나 "환율과 주가가 급변동하고 있지만 채권시장과 대외신인도 지표는 여전히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총재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일시적으로 심리적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지만, 원화 강세 기조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시장에 상기시키며 핵심을 파고든 것이다.

장 막판 한 은행창구에서 2억 달러 규모의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 등 당국의 구두개입이 실개입으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적극적인 구두개입은 실개입의 전조 역할을 하며 환율 상승폭을 제한하는 데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날 환율은 장중 고점에서 27원 떨어진 1250원에 마감했다.

통화당국의 '구력(口力)'은 수치상으로 보면 더 실감이 난다. 환율이 100원 오르면 한 달에 3000달러 가량을 송금하는 기러기 아빠의 부담은 30만 원 가량 늘어난다. 반대로 100원이 내리면 수출이 10억 달러 가량 줄어든다고 한다.

26일 한 외환딜러의 주문실수로 환율은 전달보다 108원이 떨어진 1142원에 시작했다. 매수자의 동의로 거래는 바로 취소됐지만 실수로 인해 순간적으로 1억 원을 날릴 뻔 했다.

개인의 실수엔 1억 원이 왔다갔다 하지만 통화당국이 말 실수를 하면 천문학적인 돈이 그에 따라 증발 할 수 있다. 한은이 말을 극도로 절제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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