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녹아내린 그곳, 시름도 스르르…"

머니투데이 최병일 기자 | 2010.05.27 11:38

['콕 집어' 떠나는 노르웨이]


<남성의 땅>
- 환경 오염 우려해 공장 안지어
- 협곡·빙하 등 자연그대로 '우람'

<여성의 땅>
- 그리그·뭉크 등 예술가 배출
- '즐겁게 사는법' 고민하는 국민들


▲송내 피오르드의 절경 노르웨이의 진수가 담겨 있다.

노르웨이의 자연은 인간이 가진 표현력의 한계가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천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웅숭깊은 산맥과 협곡 사이로 태고의 바닷길이 열린다. 노르웨이의 자연은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북쪽으로 가는 길' 노르웨이로 떠난 6박7일간의 여행이야기.

◆ 태초에 자연이 있었다.
노르웨이에서는 자연이 스스로 말을 한다. 기차를 타고 다시 뱃길을 돌아 나서면 하얀 눈을 이고 있는 산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그 사이로 그림 같은 민가가 있고 호수와 광활한 평야와 바다가 엇갈리듯 스치고 지나간다.

▲노르웨이 협곡 사이에는 그림같은 자연과 집들이 있다

노르웨이의 자연을 핵심적으로 볼 수 있는 패키지가 '노르웨이 인 어 넛셀'(Norway in a Nutshaell)이다. '노르웨이 절대 풍광의 엑기스'만을 뽑아낸 코스로 전 세계 사람들이 선망하는 곳이다. 오슬로에서 미르달-플롬-구드방겐-보스-베르겐까지의 일정은 다소 길지만 생애 이만한 경험을 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노르웨이의 자연

내륙 깊숙이 파고든 피요르드는 빙곡이 침수하여 생긴 좁고 깊은 바닷길이다. 피오르드는 뱃길을 따라가면 갈수록 절정의 풍광을 보여준다. 그중에서 가장 길고 아름다운 피오르드는 바로 송네 피오르드다. '노르웨이의 영혼'이자 정수. 무려 200km가 넘는 뱃길은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을 듯도 한데 눈이 너무 호사해서 인지 피곤한 줄도 모른다.

송네 피오르드 중 가장 좁은 내뢰 피오르드와 플롬에서 출발한 유람선의 종착점인 구드방은 웅장한 산맥이 남성적인 매력을 숨 막히듯 뽑아낸다. 그 안에 1백년은 족히 넘었을 호텔이 그림처럼 얹혀져 있다. 사람이 자연을 정복한 것이 아니라 자연이 사람을 품은 것이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자연의 힘을 늘 느끼며 살아가는 행복한 사람들이다.

◆그리그의 음악과 뭉크의 그림이 만났다.
▲트롤하우젠 그리그가 말년에 산집이다.

그리그의 키가 그렇게 작은지 몰랐다. 단신의 그리그는 노르웨이의 가장 민족적인 음악가이면서 또한 세계적인 음악가이다. 그가 만들어낸 음악의 세계는 깊고 유미하며 풍성하다. 페리퀸트의 조곡과 피아노협주곡 a단조를 듣고 있으면 귀보다 입안에 소리가 맺힌다. 싸아한 박하 맛 같기도 하고, 달콤쌉싸름한 다크 초콜릿처럼 아린 뒷맛을 안겨준다.

그리그가 그의 아내 니나와 함께 말년을 보낸 베르겐 교외의 생가는 스위스 풍의 건물로 수수하면서도 고풍스럽다. 북유럽신화에 등장하는 요정인 트롤이 사는 언덕의 뜻을 지닌 트롤하우젠의 전면에는 너른 바다가 펼쳐져 있다.

바다는 오솔길로 연결되어 있고 그리그가 생전에 작품을 구상하며 몇 번씩이나 다녔을 길은 운치있고 깊었다. 지금은 박물관과 작은 콘서트 홀을 갖춘 문화공간이 되었다.

노르웨이에는 또 한명의 에두아르트가 있다. 뭉크.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 화가는 노르웨이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국민화가다. 뭉크의 작품들은 노르웨이 국립미술관과 뭉크 미술관에 나누어 전시되고 있다. 그의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진 스크림은 몽환적이면서도 인간 심리의 내면까지 보여주는 듯한 오묘한 느낌을 그대로 전달해준다.

▲ 국립박물관에서 그림을 관람하는 노르웨이 사람들

마치 스탕달 신드롬에라도 걸린 듯 뭉크의 그림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는 불우했던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의사였으나 심한 성격이상자였고 누이와 어머니는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가족의 죽음은 그에게 평생 절망과 공포라는 주제로 작품활동을 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내면의 고통과 공포를 그린 '절규'는 결국 뭉크 자신의 내면을 형상화한 것이었다.


뭉크는 비단 유화에만 소질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목판화에도 그만의 독특한 숨결을 불어 넣어 걸작을 만들었다. 미술의 문외한이어도 뭉크의 그림에는 절묘한 교감이 숨어 있다.

◆순수한 자연 속에 수수한 사람들
▲ 노르웨이의 집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도시 오슬로와 베르겐. 오슬로는 현재의 수도이고 베르겐은 한자동맹시절의 구 수도였다. 오래된 도시였기에 베르겐사람들은 자부심이 강하다. 노르웨이인이 아니라 베르게너라고 자신을 불러주길 원한다. 오슬로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시청이 있고, 노벨평화센터가 있다.

오슬로의 또 하나의 자랑은 오페라하우스. 해안도로가에 있는 오페라하우스는 노르웨이의 피오르드를 형상화한 것이다. 오페라 하우스의 외부는 장엄하고 웅장하지만 내부는 목재를 사용해 따뜻하고 부드럽다. 발틱 오크를 사용한 오디토리움벽과 노르웨이 전통 배를 만드는 장인이 직접 깎아 만든 계단은 현대적이면서도 세련된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노르웨이의 조각가인 비겔란의 작품을 모아 놓은 조각 공원은 인간의 집념이 얼마나 위대한 걸작을 만드는지 실감하게 만든다. 사람들의 일상의 모습을 하나하나 찍어놓은 듯 만들어 놓은 조각물 하나에도 비겔란의 정성이 그대로 녹아 있다.

공원의 끝에는 전나무 숲길이 놓여 있다. 노르웨이의 숲은 비틀즈의 노래처럼 가볍고 발랄하다. 그 사이로 사람이 지나간다.

베르겐은 노르웨이 특유의 붉은 색과 노란 색으로 칠해진 아름다운 집들이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정감을 듬뿍 느끼게 한다. 베르겐은 예전 바이킹의 땅이었다. 오랜 세월을 견딘 도시답게 베르겐의 건축물들은 고아하지만 그만큼 오래된 향기를 품고 있다.

사람들 또한 수수하고 소박하다. 추운 날씨도 일조하였지만 질박한 성품이 만들어낸 실용주의적인 풍토는 사람들의 옷 차람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오래된 도시 베르겐의 아름다운 집들

◆노르웨이의 코드는 '즐거움'
1인당 국민소득 10만 불에 육박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국가.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국으로 잘 알려진 부국 노르웨이의 국민들은 실상 가난하다. 소득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복지 수준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고등학교까지 완전 무상교육 노르웨이의 헤드라인 뉴스가 전날 있었던 교통사고 이고 주요 관심사가 자신의 국가도 아닌 영국의 수상이 누가 뽑힐까를 구경하는 나라.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 동양학 교수로 있는 박노자 교수는 노르웨이의 코드를 '즐거움'이라고 했다. 한국 사람들의 코드가 '절대 생존'이라면 이들은 어떻게 하면 즐겁게 살수 있을까? 를 고민한다. 향락도 별로 없고 늦은 귀가길 취하도록 마시는 술 자리도 거의 없는 지루한 나라. 그들은 행복할까? 천국의 지루함보다 비루하지만 지옥의 번잡함이 더 행복할까?

◆노르웨이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것들
노르웨이의 물가는 어찌 보면 비싸다고 할 수 있다. 물 한 병에 6000원 햄버거가 1만8000원.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비싸다고만 할 수도 없다.

우선 우리 돈 1억원 가까이 되는 평균 연봉에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오염 생산 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을 일체 짓지 않는다. 외국에 공장을 만들어 공산품을 수입해서 쓴다. 노르웨이의 물가가 비싼 것은 일종의 환경세를 무는 셈인지도 모른다.

날씨는 많이 춥다. 봄 여름에도 안심할 수 없다. 점퍼나 따스한 옷, 그리고 자주 비가 내리기 때문에 방수가 되는 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면세점에서 40유로 이상의 물품을 샀으면 반드시 영수증을 챙겨라. 나중에 공항 환전소에서 15-19% 정도를 돌려 받을 수 있다.

오슬로와 베르겐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패스가 있다. 도시에 있는 다양한 박물관과 교통수단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 대단히 경제적이다.

◆협조=이노베이션노르웨이, 터키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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