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로 험악해진 남북 관계를 감안한 듯, 25일 중국 상하이엑스포 현장의 북한관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평양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북한 측 엑스포 관계자는 남측 기자들의 급작스런 방문에 언행에 극도로 조심스런 모습이었다. 노란색 한복과 흰색 반팔 셔츠를 입은 남녀 북한 관계자는 경직된 웃음으로 남측 방문객을 맞았다.
약 3개월 동안 엑스포 현장에 체류한다는 이들은 더 이상 민감한 대화를 피하려는 듯, 북한이 현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김일성 부자 우표와 화보, 평양시내 전경을 담은 엽서, 인공기 쪽으로 대화를 유도했다. "평양시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엽서 사가시라요. 20원(한화 약 3600원) 입니다."
일부 중국 관람객들이 호기심 차원에서 간간히 엽서 등을 사는 모습이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은 각국 국가관에서 찍어주는 방문 스탬프를 받기 위해 북한관을 찾은 듯보였다. 그들에게 북한은 '신기한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상하이엑스포 한국관에서 도보로 약 100미터 거리에 자리 잡은 북한관은 한국관의 1/6 수준으로, 흰색 바탕의 외벽 한 곁에 '조선'이란 큼지막한 글자와 인공기, 한쪽에는 평화로운 푸른 하늘과 구름이 담긴 그림으로 장식돼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문을 열고 들어서자 황금색의 '조선관 DPR KOREA'라는 글자와 지구위를 하늘로 비상하는 모습의 말 모형이 관람객을 맞았다. 이번 엑스포를 대비해 북한이 나름대로 새로 고안한 듯한 디자인이었다.
그 옆에는 약 5미터 높이의 대동강변 주체사상탑 축소모형과 평양시내를 담은 사진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 탑이 무엇을 상징하는 가에 대한 별도의 설명 없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모형물은 관련 정보가 없는 중국 관람객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전시관 홀 중앙바닥에는 굽이쳐 흐르는 모양의 파란색 대리석이 놓였다. 북한의 젖줄인 대동강을 상징하는 조형물이었다.
정면의 약 5~6미터 높이에 달린 스크린에는 김일성 동상과 이를 찾은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전시관 한 중앙에 놓인 흰색 분수대는 계속 물줄기를 내뿜고 있었지만, 이 역시 별다른 설명은 없었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자오광위앤(75) 씨는 "단조로운 느낌"이라며 "북한을 소개하는 조형, 영상물이 많은데 자세히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어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왕옌(27, 여) 씨는 "중국의 60~70년대 경제, 정치 수준인 것 같다"며 "외관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내부 콘텐츠가 매우 단순하다"고 말했고, 마오옌화(22, 여) 씨는 "기념품 판매가 특색있다"며 "고풍스런 느낌이나 별로 볼 거리가 없다"고 말했다.
'인민을 위한 천국'(Paradise for People)이란 커다란 글자만 무표정한 모습으로 떠나는 중국 관람객들을 배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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