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아빠의 눈물' 환율 급등해 용돈 송금 못해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김지민 기자 | 2010.05.25 16:09

환율폭등, 유학자녀 송금 1500弗에서 1000弗로 감소

원.달러 환율이 1250원으로 마감한 25일 은행권은 말 그대로 패닉상태였다.

이날 환율은 한 때 1270원을 돌파하면서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시중은행 외환 창구는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던 오전에는 추이를 관망하느라 비교적 한산했지만 오후 들어 고객들의 문의와 방문이 폭주했다.

오전에는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거나 해외로 송금하는 고객들이 별로 없어 은행 창구는 한산했다. A은행 외환 담당자는 "아침부터 환율관련 전화 문의만 있는 상태고, 실제 송금하거나 거래를 하는 고객은 거의 없다"며 "고객들이 공황상태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후 12시 58분 환율이 1260.5원을 돌파하자 발을 동동 구르던 고객들이 울상을 지으며 환전을 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외환은행 명동영업부 외환담당 직원은 "오후 들어 환율이 더 오를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환전을 하는 고객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자녀들을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들도 끔찍한 하루를 보냈다. 한 유학생 부모는 "예전에는 자녀가 1500달러 정도 필요하다고 하면 2000달러를 송금했는데 오늘 같은 경우엔 1000달러만 보냈다"며 "환율이 다시 떨어지길 바라고 있다"고 토로했다. 미국에 대학생 자녀를 유학 보낸 한 부모는 "이번 주에 용돈을 송금해주기로 했었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이 계속 오르다 보니 은행에서 자금을 송금하는 것보다 현지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환율 상승보다 현지 은행서 대출을 받으며 내는 이자가 덜 부담스럽다는 판단에서다.

B은행 관계자는 "이민 간 고객들이 국내에 남겨둔 자금을 해외로 송금하는 사례가 줄었다"며 "송금을 미루는 대신 현지에서 대출을 받겠다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최소 이번 여름까지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어제보다 44.10포인트, 2.75% 급락한 1560.83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2월 8일 1552.79 이후로 최저다. 환율에 민감한 주식 투자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7거래일 째 순매도에 집중하고 있어 급격한 환율 상승이 시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을 크게 받는 만큼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환률 하락 속도나 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수출위주의 기업이 많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이익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면목 없다" 방송 은퇴 언급…'이혼' 유영재가 남긴 상처
  2. 2 [영상] 가슴에 손 '확' 성추행당하는 엄마…지켜본 딸은 울었다
  3. 3 "이선균 수갑" 예언 후 사망한 무속인…"김호중 구설수" 또 맞췄다
  4. 4 [단독] 19조 '리튬 노다지' 찾았다…한국, 카자흐 채굴 우선권 유력
  5. 5 속 보이는 얄팍한 계산…김호중, 뺑소니 열흘만에 '음주운전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