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들 "월드컵 때 TV 안보이게 치워야할 판"

머니투데이 김정태 기자 | 2010.05.25 16:17

SBS, 호텔 음식점에 "월드컵 틀려면 최고 1억 내라" 공문

"손님들이 월드컵 중계방송을 틀어달라고 할까봐 아예 음식점에 있는 TV를 치울 생각입니다."(A호텔 관계자)

"FIFA 규정 때문이라고 하지만 2006년 당시엔 이 정도로 심하진 않았습니다. 중계권 독점이 내 가게에서 TV도 틀지 못하게 하네요."(대형 음식점 대표)

호텔이나 대형 음식점 등 상업시설에선 남아공 월드컵 중계방송을 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 월드컵 독점 중계권을 가진 SBS가 '가게에선 돈 내고 방송을 틀라'고 호텔, 음식점 등에 통보했다. SBS는 이를 어길 경우 민ㆍ형사 책임을 묻겠다는 조항을 붙여 서울 시내 주요 호텔과 대형음식점 등에 공문을 발송했다.

SBS는 서울 시청 등 길거리 응원전을 후원하는 기업들에도 최고 2억1000만원의 돈을 내도록 요구했다. 이 때문에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응원전을 추진하던 한 기획사가 행사를 포기해 경기장 내 응원전이 불투명해졌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터넷에선 "응원도 장소를 가려서 해야 되냐"며 SBS의 월드컵 돈벌이를 비난하는 네티즌의 글들이 폭주하고 있다.

25일 호텔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남아공 월드컵 독점 중계권을 갖고 있는 SBS는 최근 자회사 SBS플러스를 통해 오는 2014년까지 월드컵 독점 방송권과 함께 '공공 전시권(Public Exhibition Right)'을 갖고 있음을 고지한 공문을 서울 시내 주요 호텔 등에 발송했다.

SBS플러스 사장 명의의 이 공문에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공공장소 전시권(PV권)을 SBS가 보유하고 있어 사전협의 없이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저작권 및 제반권리 침해 등으로 민형사상의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명시했다.

공공장소 전시권이란 공공장소에서의 영상을 사용할 권리를 말한다. FIFA가 2002년 월드컵 이후 공공장소에서 영상을 내보내는 사용자에 대해 유료화하는 것을 규정하면서 2006년 월드컵이후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


SBS는 남아공 월드컵 PV권 구매의 기준을 크게 인원수에 따라 상업적 사용과 비상업적 사용으로 나눠 금액을 책정했다. 상업적 사용은 방송 건당 최소 200만원에서 최대 1억원이다. 관중 수도 100명 이하부터 5000명, 1만명, 2만명 이상까지 세부적으로 구분해 금액을 부과하도록 했다.

비상업적으로 방송을 한다 해도 최소 100만원에서 1000만원을 물어야 한다. 다만 비상업적 사용은 지자체 또는 공공기관이 주최, 주관한 경우에 한해 단독일 때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여지는 남겨져 있다.

이에 대해 SBS는 FIFA가 공공장소 전시권 비용을 받도록 한 규정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SBS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2022년 월드컵 유치 계획도 있는데 FIFA가 규정한 것을 방송 주관사가 어겨야 되겠느냐"며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호텔과 대형 음식점들은 "상업적 이용의 기준이 모호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 시내 유명 모 호텔 관계자는 "월드컵을 이용한 홍보마케팅이라면 몰라도 단순히 응원을 위해 모인 사람들 때문에 돈을 물고 중계방송을 틀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지난 2006년 월드컵 기간에는 방송 3사가 공동 중계를 했기 때문에 이 정도로 심한 압박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등 길거리 응원전을 후원하는 기업들도 내심 불만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상업적 사용의 목적보다는 국민들의 응원전을 후원하는 공익적 목적이 큰데 거액의 사용료를 내라고 하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경기 3건에 2억1000만원을 내야하는 부담때문에 월드컵상암동 경기장에서 응원전을 기획했던 기획사는 행사계획 자체를 접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터넷에선 SBS를 성토하는 네티즌의 글들이 폭주하고 있다.

아이디 'freeedesir'는 "국민을 봉으로 아는가"라며 SBS를 비난했다. 또 아이디 '윤여사'는 "하하하, 어이없어 웃음만 나요 ㅋ, 지상파 DMB도 돈 내고 보라고 할 듯 ㅋ..SBS사장 정신줄 놨나봐요-_-"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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