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20여일새 110원 급등..적금 깨 결제자금 마련

송정훈 김지민 기자 | 2010.05.24 19:00

(종합)중소 수입업체 비상..수출업체와 달러보유 개인은 희색

환율이 20여일만에 110원이나 급등하며 8개월만에 1210대로 올라섰다. 유럽 재정위기와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된 탓이다. 예상외의 환율급등으로 수입 중소업체들은 적금을 깨서 결제자금을 마련하는 등 부작용도 가시화되고 있다. 다만 국내 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추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인 지난 20일보다 20.4원 오른 1214.5원에 마감했다. 연저점(1104.1원, 4월26일)보다 110.4원 오른 것으로 지난해 9월15일 1218.5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지난 19일부터 3거래일 동안 무려 67.9원이나 오를 정도로 상승속도가 가파르다.

이같은 환율 급등으로 수입업체들은 결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애태우며 하루를 보냈다. 수입업체들이 주로 많이 거래하는 A은행 부산 사상기업금융지점은 이날 오전부터 환율이 1200원 선을 돌파하자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이 지점의 환율담당 직원은 "이날 오전부터 영업점에 5분 단위로 전화를 해 환율 상황을 주시하는 업체들로 정신이 없었다"며 "대략적으로 안정화되는 추세에 있었지만 불안한 하루였다"고 말했다.

영세한 수입업체의 경우 적금을 깨는 사례도 나왔다. 이 직원은 "환율에 대한 대비를 보통 한 달 전부터 하는데 요즘처럼 환율이 급등세를 보일 경우 기업입장에서는 급전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예·적금을 해지해 결제하는 상황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선물환으로 환율 상승에 대한 헤지를 해 두지 못한 수입업체들의 경우 상황은 더욱 안 좋았다. 외환은행 무역센터지점 박기영 외환담당 차장은 "'이렇게 오를 줄 알았으면 선물환을 해 뒀을 것'이라며 후회하는 수입업체가 많았다"고 말했다.


반면 수출업체의 경우 환율이 오르자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매도하는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고객들은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팔기 위해 은행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B은행 명동영업부 환율담당 직원은 "실수요 목적을 제외하고는 달러를 사려는 고객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이 갖고 있던 달러를 팔기 위한 경우였다"며 "유학생의 경우에도 아직은 상황을 지켜보려는 움직임이 짙었다"고 말했다.

외환 전문가들은 환율 급등이 단기로 그치고 하락세로 돌아설 여지가 충분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민정 연구위원은 "지정학적 리스크는 이미 시장에 반영됐고 유럽의 재정 위기가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도 "경기회복세나 경상수지 흑자, 국내 증시 반등 등의 펀더멘털 측면에서 유럽의 재정 위기가 해소되면 환율이 다시 하락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이 1200원대를 넘어서면서 외환 당국이 더 이상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월말이 다가오면서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 등이 유입되면서 환율 상승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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