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유전'속에 싹트는 SK에너지의 신기술 꿈"

머니투데이 울산=진상현 기자 | 2010.05.23 10:00

[르포]세계 최초 촉매이용 나프타 분해 공장 건설 현장

지난 20일 오후 SK에너지 울산정유공장(울산컴플렉스). 버스를 타고 끝없이 이어진 '파이프 숲'을 헤치고 달리자 이 곳이 자랑하는 제3 고도화 설비(N02. FCC)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008년 4월 완공된 이 설비는 벙커C 등 저부가가치의 중질유를 분해해 휘발유 와 경질 올레핀 등 고부가가치의 제품을 생산한다. 고도화설비는 쓰임새가 줄어든 중질유로 고부가가치 석유 제품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지상유전(地上油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12만평 부지에 최신 시설로 지어진 이 설비는 SK에너지의 수익성 제고와 수출 확대의 견인차가 되고 있다.

이 '지상유전'의 한 켠에서 SK에너지의 '새로운 꿈'이 자라나고 있다. SK에너지가 지난 2008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ACO공정기술(Advanced Catalytic Olefin, 촉매를 이용한 나프타 분해 기술)을 적용한 나프타 분해 공장이 그 주인공이다.

나프타 분해 공정은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 석유화학 물질을 생산한다.
↑SK에너지 울산정유공장에 건설중인 ACO공정기술(Advanced Catalytic Olefin, 촉매를 이용한 나프타 분해 기술)을 적용한 나프타 분해 공장.

SK에너지가 개발한 ACO기술은 기존 850℃ 이상의 고온에서 나프타를 분해하던 열분해 공정과 달리 700℃ 이하에서 촉매를 이용해 분해한다. 온도를 700℃ 이하까지만 올리면 되므로 기존 공정 대비 20% 가량의 에너지가 절감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20% 가량 감축될 수 있다. 그만큼 수익성은 높아지고 환경도 오염도 줄이게 된다.

올해 초 건설에 들어간 공장은 이제 어느정도 골격을 갖추고 있었다. 규모는 데모 플랜트(시범공장)인 만큼 크지는 않았다. 높이는 주변 고도화 설비의 절반 정도, 차지하는 면적도 넓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공장은 실험실 내에서 가동했던 파일럿(시험) 설비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서정돈 SK에너지 N02. FCC 생산1팀장은 "파일럿 설비에서 나온 결과가 실제 공장에서도 나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공장은 8월께 완공돼 10월부터 테스트 가동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필렌 생산량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ACO 공정의 강점이다. 기존 열분해 공정에서는 에틸렌이 주로 생산되고 프로필렌은 부산물로 생산된다. ACO 공정을 적용하면 에틸렌과 프로필렌의 생산량을 각각 50%까지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ACO기술은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프로필렌 수요 대응과 함께 시장 상황에 따라 제품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ACO기술은 지난 2002년부터 국책 과제 중 하나로 연구가 이뤄져 SK에너지가 촉매 개선 및 공정기술을 개발하고, 한국화학연구원이 촉매기술을 개발해 완성했다.

SK에너지는 10월부터 약 6개월간 촉매 및 공정의 안정성과 최적 가동 조건을 검증하고 상업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오는 2012년이나 2013년께는 데모플랜트가 아닌 실제 대형 공장에도 이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 팀장은 "테스트 가동 결과가 나오면 중국, 중동 등 해외에 마케팅을 나서게 될 것"이라며 "당분간은 라이센스 수출이나 해외 공동 투자 공장에 적용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에너지는 기술 수출을 통해서만 플랜트 1기 건설 당 2000만 달러의 로열티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지난 80여 년간 나프타를 분해하는 유일한 공정기술이었던 열분해 공정을 촉매분해 공정으로 대체할 수 있게 돼 석유화학 공정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됐다"며 "세계적으로 녹색 레이스가 본격화됨에 따라 ACO 기술이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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