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430→6개?…부품공용화 사활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 2010.05.28 09:29

부품수 줄여 비용절감·품질관리 동시에…"10년 후 개발할 차까지 동시설계"

"오래된 통장의 돈을 발견한 기분입니다" (현대·기아차 연구개발 담당 고위임원)

"부품 수 줄이기가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토요타 사태 후 더욱 가속화됐습니다" (A부품업체 연구소 관계자)

현대·기아차가 비용절감과 품질관리를 위해 대폭적 부품공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기 다른 차종에 적용되는 부품들을 최대한 표준화시켜 전체 부품 수를 줄여 비용을 낮추고 품질을 보다 손쉽게 관리한다는 전략이다.

2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최근 엔진오일 관련 부품의 레이아웃 공용화를 통해 전 차종에 적용되던 48개의 동일 기능 부품을 단 1개로 줄였다. 또 수십여 개에 달하는 디젤 필터도 1개로 통일했다.

이처럼 현대·기아차는 주요 협력업체와 부품공용화를 위한 공동 연구개발 작업에 승부를 걸고 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는 토요타 리콜사태 원인 분석에 따른 대응방향으로 '품질 검증된 공용화 확대'를 핵심으로 삼고 추진 중이다.

배기장치 전문기업 세종공업의 경우 최근 배기음 튜닝 파이프 금형에 관리인자 20여 개를 6개로 줄이는 작업에 성공했다. 관리인자란 파이프 튜브에 뚫은 구멍의 수나 사이즈 같은 개별 변수로 이것에 따라 차량 배기음이 달라지고 부품종류도 그만큼 많아지게 된다.


하지만 이번 공용화로 배기음을 적절히 통제하면서도 부품수는 기존 430개에서 6~20개 수준으로 낮출 수 있게 됐다. 세종공업은 이밖에 6개 아이템에 대해 추가로 공용화를 연구개발 중이다.

현대·기아차는 이 같은 부품 공용화를 바탕으로 신차개발 프로세스도 근원적으로 바꿀 예정이다. 한 현대차 연구개발 담당 고위임원은 "10년 후 개발할 차까지 미리 동시 설계하는 체제를 구축 중"이라고 밝혔다.

부품공용화 비율을 크게 끌어올려 여러 차종에 적용될 수 있는 표준부품들을 만들고 이를 통해 부품덩어리인 모듈화를 진행시킨다. 이 모듈들을 기본으로 다시 여러 차종을 파생시키는 역피라미드 방식이다.

이는 플랫폼(차량의 뼈대) 수를 줄이고 한 플랫폼 당 모델 수를 늘리는 폭스바겐의 성공전략을 벤치마킹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기존 18개 플랫폼, 32종 모델 체제를 오는 2012년까지 6개 플랫폼, 40종 모델체제로 바꾸는 목표를 세웠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부품공용화는 품질관리에 실패하면 한 부품의 문제가 일파만파로 확대돼 토요타 리콜사태처럼 번질 수 있지만, 성공하면 비용절감과 품질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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