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증시 폭락…은행 창구 '북새통'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 2010.05.20 19:28
# 20일 오후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근처 지점을 방문했던 직장인 A씨. 은행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지점 안에 너무 많은 사람이 있었던 탓이다. 한 은행 직원은 "지점을 찾은 고객 수로만 치면 내 기억 속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날"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원/달러 환율이 1194.4원에 마감된 이날 은행 창구 직원들은 붐비는 고객과 전화 응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달 초 1100원선 아래쪽을 바라보던 환율이 연고점을 갈아치우고 12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뒀고, 코스피 지수는 반대로 1600선 아래로 떨어질 기세다. 코스피 지수 종가는 1600.18이었다.

이처럼 시장이 크게 출렁이자 은행 창구는 평소보다 많은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환율이 더 오르기 전에 환전을 하는 고객, 펀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고객 등 사연은 다들 급박하고 절실했다.

한 은행 지점의 환전 담당 직원은 "환율이 계속 내려갈 것이라는 생각으로 느긋하게 기다리던 고객 중 일부가 환전하러 왔다"며 "환전 이후 왜 이것 밖에 안 주냐며 따지는 고객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은행 지점을 찾은 한 직장인은 "다음 주에 해외 출장을 가는데 지난주부터 일이 너무 많아 오늘에서야 환전할 시간이 있었다"며 "그 사이 환율이 너무 올라 속상하다"고 말했다.


달러화를 들고 은행 창구를 찾는 고객도 많았다. 여행을 다녀온 이후 남았던 달러화를 가져와 원화로 바꿔가는 경우다. 외화예금 가입자들의 분위기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것이 창구 직원의 전언이다.

다른 은행의 환전 담당 직원은 "아침에 환율을 보고 은행을 찾아온 고객에게 '지금 바꾸면 좋겠다'고 조언했는데, 오후에 환율이 더 올라 난감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펀드 창구도 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강남권의 한 은행 PB는 "관망하던 펀드 가입 고객들이 증시 급락 소식을 듣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속 물어오고 있다"며 "너무 급하게 환매하는 것보다는 기다려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응대하고 있지만, 고객들의 불안감이 큰 것 같다"고 밝혔다.

이 PB는 "그런데 또 펀드에 가입하면 어떻겠냐고 문의하는 고객들도 있다"며 "자산가들 중 일부는 지금이 오히려 저가매수 시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병민 우리은행 테헤란로 부지점장은 "오늘 고객의 문의가 유난히 많았다"면서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시장이 출렁이고 있지만 결국은 회복될 것이라고 고객들에게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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