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파도에 휩쓸린 환율, 1200원 돌파 초읽기

김창익 기자, 강기택 기자 | 2010.05.20 16:26

유럽 쇼크+북한 관련 리스크...심리적 저항선 1180원 때 뚫리며 달러 매수로 '쏠려'

환율이 국내외 삼각파도에 휩싸여 7개월만에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와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180원 대가 뚫리며 순식간에 30원 가량 급등했다. 1150원 선에서 팽팽한 줄다리를 벌이다 악재가 겹치면서 상승으로 쏠림이 나타났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4원 오른 1169.5원에 출발해 곧바로 1170원대로 올라섰다. 유럽 쇼크에 대한 우려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사태 원인 발표를 앞두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중된 게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상승폭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환율이 연고점(1177.5원)에 육박하며, 연고점을 경신하느냐가 오히려 관심사로 부각됐다. 한 외환딜러는 "유럽과 북한 관련 리스크는 이미 환율이 상당 부분 반영이 된 재료여서 시장에서의 충격이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원/달러 환율이 1180원 대에서 등락하면서 양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심리적인 저항선인 1180원 선이 뚫리면서 수급 균형이 일순간 무너지고 환율은 마치 균형 저울의 한 쪽에 쇠구슬을 하나 더 올려놓은 것처럼 상승 일변도로 확 기울었다.

시장에서는 원화강세에 배팅을 해오던 역외세력들이 달러 매수세로 포지션을 전환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된 것으로 진단했다.

추인영 산업은행 외환딜러는 "지지선으로 생각해 온 1180원 대가 무너지면서 오후 들어 역외세력의 거의 패닉상태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며 "손절매성 달러매수세가 몰리면서 달러가 상승압력을 크게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미영 삼성선물 팀장도 "그동안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였던 원화와 홍콩 달러, 캐나다 달러가 모두 달러에 대해 약세로 돌아섰다"며 "일정 레벨이 무너지면서 외국인이 이들 통화에 대한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타면서 수출업체들의 네고 물량이 최근 수일동안 소진되고,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길 기다렸던 수입업체들이 일시에 매수에 나선 점도 쏠림현상을 가속화 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추 딜러는 "달러 수급 균형이 깨지면서 쏠림현상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달러 매수 개입에 나섰던 외환당국이 불과 한 달여도 지니자 않아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서는 것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쏠림현상은 심하게 나타났다.

이처럼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환당국 역시 시장의 모니터링 수준을 높였다. 예의주시하던 차원에서 벗어나 여차하면 정책적 대응에 나설 태세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저항선을 일단 넘어선 이상 1200원 대 진입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추 딜러는 "일별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상승압력이 유지될 것"이라며 "다음 주 초반 1200원 대 돌파를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뉴욕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지만 미국의 경제지표가 좋게 나오고 있고,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이 여전이 좋은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원화 강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당국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코스피 1600-환율 1200원’을 방어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 지수가 1600이 붕괴된 직후 연기금이 주식 매수를 늘리는 모습이 목격됐다. 외환당국도 1200원이 넘으면 시장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유력하다.

정부는 유럽과 미국 등 국제 금융시장의 추이를 봐 가면서 남유럽 재정위기와 지정학적인 요인 중 어떤 것이 크게 작용했는지 분석하고 각 요인별로 대처방안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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