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실적 좋아지고 있는데… 재무약정이라고?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 2010.05.17 17:23

그룹,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에 "주력 계열사 현대상선 실적 좋아지고 있는데"

현대상선을 주력 계열사로 두고 있는 현대그룹이 채권단 관리를 받을 전망이다. 채권단에서는 현대상선의 실적 부진 등으로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현대상선이 지난 1분이 영업이익 흑자를 냈고 해운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만큼 이번 결정이 아쉽다는 것이 재계의 반응이다.

◇재무약정, 주력 계열사 현대상선 실적 악화 때문?
17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현대상선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산업은행, 신한은행, 농협은 최근 재무구조평가위원회를 서면으로 열어 이달 말까지 현대그룹과 재무구조 약정을 맺기로 의결했다.

현대그룹은 지난 2002년에도 1400%의 부채비율을 기록하며 재무구조개선 대상으로 꼽힌 바 있다.

현대그룹이 재무구조 약정 대상에 선정된 것은 그룹 내 전체 계열사 매출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현대상선의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최악의 해운 시황으로 매출 6조11154억원, 영업손실 5654억원, 당기순손실 8018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도 2008년 5조8915억원에서 지난해 6조6470억원으로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284%다.

게다가 순환출자구조로 얽혀 있는 그룹 구조상 다른 계열사의 부실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매출 및 영업이익이 증가한 현대엘리베이터 등은 지분법 평가손실을 입었다.

22개월째 중단되고 있는 현대아산의 대북사업도 영향을 미쳤다.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현대아산은 2008년과 지난해 각각 213억원과 29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채권단은 앞으로 현대그룹과 자산 매각 등 자구책 마련을 협의하고, 구조조정에 실패하면 자금 지원 중단이나 경영진 퇴진을 요구할 수 있다.

◇현대상선 '흑자 전환' 했는데…"2분기 전망도 굿"

현대상선은 지난달 28일 매출 1조7555억원, 영업이익 116억원이라는 1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 2008년 4분기 이후 5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현대상선의 이번 1분기 실적발표는 당초 예상보다 빨리 공개됐다.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해석이었다. 특히 이날 배포된 보도자료에는 해운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재무약정을 주장하는 채권단에 대한 아쉬움이 곳곳에 아쉬움이 묻어 있었다.

현대상선은 자료에서 "현대상선은 작년에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 다음으로 낮은 손실률을 기록했다"며 "국내 해운업계는 재무약정으로 손발이 묶여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외국 해운사에 비해 역차별을 받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무구조 개선 약정이 최근 살아나고 있는 해운시황에서 대외 신인도 하락, 조달금리 상승, 브랜드 및 기업 이미지 손상 등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현대상선은 우려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프랑스 CMA-CGM, 독일 하팍로이드, 칠레 CSAV, 중국 코스코 등이 정부 지원을 받아 선복량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국내 해운업계는 재무약정 등으로 손발을 묶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대상선의 실적 개선추세는 2분기 들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해운 시황을 보여주는 각종 지수와 실제 운임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현대상선은 지난달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던 2008년 월평균 영업이익 489억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상선 고위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재무상황이나 펀더멘털은 아주 우수하다"며 "특히 2분기 미주 컨테이너 운임 인상이 마무리 되면 실적 회복세가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업종과 비교할 때, 선박 확보 시 부채비율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등 해운업종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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