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뱅크의 CEO, KB금융 회장 누가 되나?

머니투데이 홍찬선 기자 | 2010.05.17 14:44

[홍찬선칼럼]KB금융지주 회장의 조건

‘한국 금융의 미래를 알려면 KB금융지주를 보라. 그리고 KB금융의 앞날을 보려면 KB금융지주의 CEO가 누가 되는지를 주시하라.’

금융계의 눈과 귀가 9개월째 공석중인 KB금융 회장(CEO) 선임에 쏠려있다. 모임이나 식사 자리에 가면 어김없이 누가 KB금융 회장이 될 것인지, 아니 누가 KB 회장이 되어야 하는지가 화제로 오른다. 머니투데이가 홈페이지에서 실시하고 있는 온라인 설문조사( ☞KB금융회장 누가 돼야 할까? 온라인 투표 바로가기)에도 3400명(17일 오후 2시40분 현재)이 넘게 투표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의 1등, 리딩뱅크인 국민은행을 갖고 있는 KB금융 CEO는 그만큼 중요하다. 꼭 알맞은 사람이 CEO가 되어 KB금융을 명실상부한 한국의 리딩뱅크는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라는 기대도 많다.

KB금융지주 회장이 중요한 이유

슘페터는 은행이 ‘공정한 감독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이 기업가에게 사업자금을 공급하고, 기업가는 창조적 파괴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와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고용이 늘어나고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달성하는 경제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요즘 버전으로 설명하자면 은행이 자금잉여주체인 가계에서 자금수요주체인 기업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성장 7%,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을 뜻하는 ‘747공약’이 달성될 수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의 은행은 외환위기 이후에 주택담보대출에 전념하는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다. 기업대출에 데인 은행들이 손쉽게(아파트를 담보로 잡고 대출해주는 것은 신용평가를 올바르게 해서 대출해주는 것보다 엄청 쉽다) 주담대를 확대함으로써 부동산 버블을 키우고,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 원인이 됐다는 비판(물론 유동성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한은의 책임은 훨씬 크다)까지 받고 있다.

은행도 가능한 한 많은 이익을 내서 주주들에게 배당과 주가상승 등으로 보답해야 하는 사기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동시에 국민경제의 신용시스템에서 중추 역할이라는 공공성도 강하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의 장기 불황에 빠진 것은 은행이 공정한 감독자로서의 본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주담대 등을 통해 버블 형성에 앞장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제일(Japan is No 1)이란 찬사를 받았던 일본이 은행의 외도로 발전의 터전마저 무너지고 말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KB금융 CEO가 오는 6월 중순에 확정된다. 회장추천위원회가 오는 20일까지 후보를 추천받아, 6월초에 4명의 후보를 선정한 뒤 주주총회에서 선임될 새 CEO는 궤도에서 벗어난 은행의 역할을 정상화라는 시대적 사명을 갖고 있다. CEO 리스크 등으로 흔들리는 KB금융을 안정화시키는 것 외에 추가로 맡아야 하는 역할이다.


KB금융 회장이 갖춰야 할 자질

회추위는 새 CEO의 기준으로 △조직통합능력 △강력한 리더십 △국제적 감각 및 경험 △금융전문성 △전략적 의사결정 △효과적 커뮤니케이션 능력 △인품 등을 제시했다. 모두 리딩뱅크인 KB금융 회장으로서 당연히 갖춰야 할 자질이다.

여기에 덧붙이고 싶은 것은 △금융의 실무 지식은 물론 금융이 수행해야 할 역할을 정확하게 알고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실행능력을 모두 갖춘 역량과 △No라고 말할 수 있고 No라고 말하는 임직원을 받아줄 수 있는 포용성이다. Yes Man만 있는 집단은 집단사고(Group Think)에 빠져 조직 전체를 실패로 이끈다. 반면 안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은 조직은 다양한 의견이 꽃을 피우며 지속적으로 발전한다. 집단지성(Group Genius)이 발휘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자격을 갖춘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특히 자격 있는 사람들은 지나친 겸손으로 자신이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이라는 것을 주장하지 않는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공모절차로선 정말 역량 있는 인재를 뽑는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공기업 CEO 선임 때 공모제를 도입했던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은 퇴임 후 “공모로는 원하는 사람을 뽑기 어렵고 삼고초려를 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KB금융 회장의 선임은 일본의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고, KB금융은 물론 한국의 금융과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계기를 마련하느냐의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사안이다.

9명의 KB금융 회추위 위원들은 어떤 CEO를 뽑았는지를 놓고 역사의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들이 정말 좋은 사람을 뽑아 청사에 길이 남는 사람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훌륭한 CEO는 정치적 줄이나 인기투표로 뽑을 수 없다는 것은 역사에서 수없이 증명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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